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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Mar 21. 2024

불평불만러 활용하기

회사에 유독 불편사항을 잘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다.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리고 불편뿐만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출장을 다녀오시면 이건 이렇더라 저건 저렇더라, 이런 건 문제다, 출장 때 불편하고 힘들다... 해외에서 이동 중에 메일을 보내시거나, 다녀오고 나서 여행 중 겪었던 상황을 후기로 알려주시기도 한다.


'참... 유별나시다, 다른 분들은 아무 말 없는데 왜 이분만 예민하게 이러실까. 까칠한 성격...'


처음엔 그렇게 생각되었고, 그 생각이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분은 같은 말을 해도 약간의 거만함이 묻어나는 편이어서 감정적으로 와닿을 때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받으며 그분이 이상한 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었다. 컴플레인을 받으면 개선사항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니까.


그분이 말씀하신 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현행상 어려운 것인지 등을 확인하고 생각해 본다. 가능한 건 반영하고, 안 되는 건 사유를 말씀드려서 이해를 구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그 과정은 그리 즐겁지 않아도 그분으로 인해 오히려 내가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녀오시는 분들도 어쩌면 비슷한 불편을 겪었지만 그냥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 그렇다고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것을 다 감당하는 것은 힘들지만 내 속에서 체로 거르듯 걸러 들을 수 있었다. '음.. 지금 이건 짜증 나서 하는 투정의 말이고, 이건 실제로 알아봐야 될 내용이네.'


들을 당시엔 불편해도 이렇고 저렇더라 하며 실제 경험을 통해 현장의 정보도 함께 주시니 책상에서만 일하는 나에게는 사실 꽤 유용했다. 그렇게 인지하고 확인해 둔 정보는 나에게 업무 관련 배경지식이 되어 다른 직원들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제안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난 그분을 스트레스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채널로 여기기로 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감정을 담지 않고 팩트만 보면 내가 취할 수 있는 게 보인다는 것.


나를 자꾸 확인하게 하고 나에게 뭔가 더 나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어렵고 불편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하듯 나도 현명하게 그 사람을 이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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