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앞에서 울컥 한 건 나뿐일까

by 눈썹달

오늘 사전투표 첫날, 출근길에 투표를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란사태를 종식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권리.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오늘까지 참으로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계엄사태 이후로 우리가 받은 절망감, 불안감, 피로감이 얼마나 컸는가. 그럼에도 결국 탄핵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 직접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발언들이 나오는 대국민 TV토론을 견디며 이날만 기다렸다.



마침내 오늘, 아침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 준비하고 투표소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인 나라를 위한 마음, 나를 포함한 우리 국민을 위한 마음, 우리 가족을 위한 마음, 내 아이들을 위한 마음... 나를 애쓰게 하는 그 모든 마음을 안고 걸었다.



투표소 앞에 도착한 시간은 6시 25분경이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벅찼다. 생각보다 이 아침에 투표하러 오는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힘든 시국을 겪었구나, 다들 소중한 표 행사하러 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신원 확인을 마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 한 칸으로 갔다. 그 용지를 내려다보는데 진실로 만감이 교차했다. 이 투표용지 앞에 서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고통받고 힘들었는가 하는 생각에 울컥하고 말았다. 두 번째 탄핵 후 치르는 대통령 선거. 과연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 달라져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두 번 다시 깊은 절망을 겪고 싶지 않다. 오늘 내가 내리는 이 결정이 대한민국에 다시금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지금은 막연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희망이 결국 나와 내 주변까지 닿아 선명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용지를 내려다보다, 이내 쏟아내듯 힘주어 마음을 던졌다.



이제 내손을 떠났다. 오랜 시간 복잡하게 어려워진 이 나라가 대통령이 바뀐다고 삽시간에 좋아질 리 없다. 여전히 서로 간에 이권다툼은 계속될 것이고 양극화와 혐오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다시 믿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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