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육회

by 눈썹달

우리는 20년 차 맞벌이 부부다. 평소 출퇴근 시간에 차이가 있어서 평일에는 밤에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고, 주말에 주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보통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 애들 식사 챙겨주고 공복상태로 함께 운동을 나간다. 요즘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좋은 공원을 발견하여 그리로 러닝 하러 나가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뛰다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서 마시며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집에 와서는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나눠서 한 후 각자 자유시간을 갖는다.



남편은 달리기가 힘들어 걷기를 더 좋아했는데, 최근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나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같이 하니까 더 좋다. 남편이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도 반갑고 공원 경치도 좋으니 제대로 힐링하는 기분이 들어서 주말이 만족스럽게 채워진다.



지난 주말, 우리 집 요리 전담인 남편은 저녁 메뉴를 감자탕으로 정했고 그전에 간식(?)으로 육회를 무쳐주겠다고 했다. 오호, 집에 와인도 있으니 맘에 드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운동과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와 해야 할 일들을 한 다음, 뒤늦은 오후에 우리는 맛있는 육회와 함께 가볍게 술을 마셨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육회를 맛있게 먹다가 음식 잘하는 남편 만나서 잘 얻어먹고 사네. 나 시집 잘 왔네. 했다. 정말 그런 마음이었다. (물론 시집 잘 왔네 하는 구석과 시집 잘못 왔네 하는 구석은 공존하고 있다) 단순히 좋다는 뜻으로 한 내 말에 남편은 불현듯 눈시울이 붉어지며 미안하다고 했다. 잘해주고 싶은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남편의 말과 표정에 나도 눈물이 툭 터졌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괜스레 핀잔을 줬지만 그런 남편의 애정이 고마워 더 찡했던 것 같다. 매일을 살아내면서 감춰둔 내 서글픈 마음을 그 한마디가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사는 게 다 그렇지.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다고.... 남편도 나도 각자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내느라 고단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서로를 향한 짠한 마음에 지긋이 손을 잡고 그냥 잠시 같이 울었다.



그러다 레드썬. 눈물을 닦으며 낭만에서 깨어났고 우리 지금 뭐 하는 거냐.. 하며 금세 멋쩍게 웃었다. 육회에다 술 몇 잔 먹다 말고 눈물바람이라니. 짠하면서 웃겼다. 입에서도 맛있고 마음으로도 맛있었던 이 날의 육회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웃고 울 수 있다는 것. 네 맘이 내 맘이고 또 네 맘이 내 맘이 아닐지라도 그저 서로 손 붙잡고 살아가는 것. 사랑과 행복은 그렇게 늘 내 곁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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