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내가 회사에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포함해 9시간 반이지만 나에게 '회사에 다녀올게'는 출퇴근길 포함해 오늘도 '약 13시간 후에 돌아올게'와 같은 뜻이다. 하루 24시간의 54%, 절반이 넘는 시간이다.
직장인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나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 금쪽같은 시간 중 편도 약 1시간 40분, 왕복 3시간 20여분을 이동하는 데에 쓸 수밖에 없다.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허비한 것이 되지만 나름 목적을 가지고 쓰면 생산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시간을 길에다 버린다는 생각 대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가 출퇴근 지하철에서 하는 것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영어공부
특별한 것 없이 '말해보카' 영어 앱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앱에서 제시하는 문제 풀이를 하는데 어휘 15개, 문법 10개, 리스닝 10개 하면 약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이걸 한다고 해서 영어가 크게 늘지는 않지만 매일 영어 문장을 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하고 있다. 종종 SNS에 빠져서 잊어버릴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20일 넘게 매일 하고 있어서, 조금 더 지나면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지하철에서 자리 잡지 못할 때가 많으니까 다른 것에 집중하면 서서 가는 것에 대한 고단함을 덜 느낄 수 있고,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2. 독서
나의 여러 모습 중에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펴고 독서하는 모습을 나 스스로가 좋아한다. 종이책 보는 타인을 봐도 보기가 좋다. 학교 공부든 자격증 공부든 열심히 동그라미 쳐가며 머리에 주입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멋있고, 직장인이 경제나 인문학, 소설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매력 있다.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펴면 나도 어쩐지 그런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보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좋게 보이는 게 덤으로 따라온다 생각하면 더 책 읽을 맛이 나는 것이다. 읽다가 머리를 탁, 치는 문장을 만나면 사진 찍어서 간직하고 그 문장 내용을 내 하루에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마인드 세팅에 큰 도움이 된다.
한때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정독하고, 밑줄 긋고, 줄 그은 문장을 모두 저장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있었는데, 기억력이 나쁘고 시간이 부족한 나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음을 깨닫고 내려놓았다. 다독에 대한 욕망도, 기억에 대한 욕망도 내려놓는 대신 나는 독서를 통해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심지어 서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말이다.
3. 글쓰기
글로써 나를 표현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스레드도 최근에 시작했다. 참 이 SNS의 세계는 어렵다. 뾰족한 무언가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다. 모든 플랫폼에 자주 글을 올리고 싶지만 한계가 있어서 쉽지 않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덜하게 되어 조금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손에 잡히지 않을까 싶어서 계속해서 쓰고 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매주 1~2회 글을 발행할 만큼 열심히 했는데, 일이 바빠지고 블로그를 추가로 하게 되면서 동력이 분산되어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 이 연재를 통해 다시 브런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자 한다. 지하철에서의 글쓰기는 보통 전에 주제를 따고 좀 써두었던 글을 이어서 쓰거나, 발견한 문장 또는 생각을 짧게 써서 SNS에 게시하는 일이다. 이 글도 지금 지하철에서 서서 출근하며 퇴고하는 중이다. 읽어주는 사람, 관심 가져주는 사람 별로 없어도 내가 나를 시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쓰고 올리는 중이다. 최근에 본 한 영상에서 들은 말이 기억에 남았다. "기회는 드러내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4. 다른 브런치 작가, 블로그 이웃, 스레드 친구들 글 보기
좋아하는 작가, 블로거분들이 글을 올리면 알림이 뜨게 설정해 두었다. 매일 아침 혹은 저녁 꾸준히 글을 올리는 분들의 알림을 받고 그 글을 읽는다. 그분들의 일관된 꾸준함과 거기에서 나오는 좋은 글에 감탄하며 자극받는다. 나도 계속 쓰다 보면 글쓰기가 조금은 수월해지겠지? 좀 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지? 기대를 가지고 그들을 따라 몇 문장이라도 써보겠다는 의욕을 얻는다.
5. 유튜브 보기
보고 싶은 영상을 보기도 하는데, 이건 삼천포로 빠지기 십상이라 각성하며 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잠깐 보려 한 것이 30분 넘게 영상을 보게 되기도 해서... 꼭 보고 싶은 걸 챙겨서 봤다면 그나마 나은데 쇼츠에 빨려 들어버렸을 때는 후회막심이니 매번 조심하려고 한다.
지하철에서 자리에 욕심내지 않고, 서든 앉든 이런 몇 가지 것들을 하느라 지하철에서 쪽잠을 자 본 게 언제인지 모른다. 전에는 늘 잠이 모자라다 생각해서 지하철 자리에 집착하고, 앉으면 잠을 청하곤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지 오래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때가 되어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영어 공부, 독서, 글쓰기.. 지하철에서 시간을 쪼개 이런 것들을 한다고 해서 내가 뭔가 크게 성장하거나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허비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을 내게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으로 만드는 작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뭐든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쌓는 방향으로 살고자 한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