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몸 좀 편하자고 여러 가지를 저버리는 선택을 해봤다면 이제는 '몸 편하기' 하나를 거부하고 여러 가지를 취하는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출근시간, 퇴근시간 이동에 덜 힘들 방법.
죽이 되든 밥이 되든 6시에 퇴근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생각한 그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 내려놓음
아침 출근길, 저녁 퇴근길은 늘 힘들다고 전제했었다. 힘드니까 당연히 지하철에서 앉아서'만' 가야 한다는 생각에 급행열차 빈자리를 향해 종종걸음 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 경쟁에서 이기지 못해 서서 가게 될 때면 낭패감이 들었다. 한동안은 아예 열차를 한 대 보내고 다음 열차에 자리 잡고 가기도 했다. 앉아서 편하게 가야 한다는 생각은 퇴근도 미루게 만들었다.
그런 내 습관을 다시 생각해 봤다.
내가 왜 꼭 앉아서 가야만 하지? 자리 없어도 빨리 타면 빨리 가는데?
서서 가는 게 못 견디게 힘든가? 못할 것도 아니지 않나?
해보자, 쿨하게.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부터 자리에 앉겠다는 생각을 깨끗이 버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 역에 와 있거나, 들어오는 열차를 바로 타는 것으로 행동을 바꾸었다. 사람이 많아도 무지성으로 그냥 탔다. 최대한 편한 신발을 신었고 가방이 무거울 땐 지하철 선반에 올렸다. 애초에 나는 앉지 않는 걸로 세팅하니 서서 가는 게 아무렇지 않았고, 가는 중에 자리가 나면 무척 감사했다. 자리에 앉기 위해 다음 열차를 기다리지 않아 회사 도착하는 시간도 조금 더 빨라졌다.
퇴근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미련 없이 일어난다. 요즘 같이 해가 긴 하절기에는 6시 퇴근하는 게 달콤하다. 환할 때 퇴근하는 기분! 퇴근 길이 힘들다는 생각보다 빨리 나갈수록 빨리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조금 힘들어도 집에 가서 쉬면 되니까.
둘. 체력 기르기
다만 계속 그렇게 하려면 내려놓는 마음만으론 안되었다. 체력이 받쳐줘야 습관화할 수 있었다. 왕복 3시간 이상을 서서 버티고 이동하는 게 문제없을 정도의 체력. 운동이 필요했다.
사실 평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좀 뛰면 숨이 많이 찼고, 어느 날부턴가 숨이 크게 쉬어지지 않아 출퇴근 길 호흡할 때 답답함을 느꼈다. 지하철에 사람이 꽉 찰 때는 그 느낌이 더 커졌다. 하루는 출근길 지하철 연착으로 열차에 사람들이 미어져 들어오는데, 공황장애가 이런 걸까 싶을 만큼 갑갑함에 압도되어 중간에 내린 적도 있다. 건강검진에 이상 소견은 없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그전부터 러닝에 살살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달리기가 대표적인 심폐기능 강화 운동이어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하루 내 가능한 만큼 주 2회, 많게는 3회 정도로 한 번에 2~5km 사이를 뛰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할수록 늘어서 지금은 기분 좋게 뛴다.(달리기 대회 2번 나가면서 실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게 가슴 답답함은 사라졌다.
달리기와 더불어 코어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도 조금씩 병행하고 있다. 오래 서 있어도 허리와 골반, 다리가 잘 버틸 수 있도록 짱짱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5~10분, 길어야 20분 정도 스쿼트와 플랭크, 홈트레이닝을 짧게 하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니 무슨 몸짱이라도 되는 것 같은데 오해 마시길. 내가 추구하는 것은 체력 유지다. 더 떨어지지 않고 괜찮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심폐기능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 체력이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 이상의 운동을 하기에는 아쉽게도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라다.
그 후 지금
칼퇴근과 함께 일을 업무시간 내로 끊고 정리하는 습관이 잡혔다. 퇴근 후의 시간도 보다 여유로워졌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할 정도로 전보다 빠르게 귀가하면서 가정을 챙기고 나를 돌볼 시간을 되찾았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대화하고 집을 정리하고, 운동하거나 글을 쓴다. 체력을 관리하며 일상을 좀 더 활기 있게 보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그 작은 시간에서 나는 의외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자유는 아무런 구애받지 않을 때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정해진 사이클 속에 있더라도 내가 통제력을 가지면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문제의 원인도, 해결책도 내 안에 있고 의외로 쉽게 방법이 찾아지기도 한다는 걸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진: Unsplash의 Safar Safar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