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등졌던 선택적 야근

by 눈썹달


아침 8시 30분 출근, 저녁 6시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점심시간이 1시간 반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정시 퇴근하는 편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6시에 퇴근한 날은 많지 않았다.



서울을 동에서 서로 관통해 가야 하는 나는 6시 자차로 칼퇴근하면 십중팔구 도로 위를 촘촘히 수놓는 차들 사이 한 땀이 된다. 그것은 출발 전부터 도로에서 2시간 이상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차에서 긴 시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몸이 그렇게 지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겪으면 다음엔 차키를 내려놓게 된다.



자차 대신 지하철을 탄다 해도 몸이 힘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칼퇴하면 열차에 자리는 없다. 입석으로 동네 역까지 1시간 넘게 가야 한다. 운이 좋아 자리가 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나처럼 멀리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끝까지 서서 가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어떤 날은 견딜 만 하지만 어떤 날은 무릎이 화끈거리거나 허리가 무척 뻐근해지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턴가 나는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거나 운전 시간을 줄일 수 있게, 점차 몸이 덜 힘든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법은 붐비는 칼퇴근 시간을 피해 40분~1시간가량 더 늦게 퇴근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만 늦게 출발해도 지하철은 별로 붐비지 않았고, 급행열차에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운전은 도로 상황에 따라 복불복이었지만 칼퇴근할 때보다는 대체로 덜 걸렸다. 몸 좀 편하려고 야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퇴근길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늦게 퇴근하는 것은 업무 습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이 늘어지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조금 서두르면 업무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내가 정한 퇴근시간에 맞춰서 천천히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로 인해 오히려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늦게 퇴근하는 일도 발생했다. 회사에 있는 시간만 길어지고 일의 효율은 떨어진, 그런 날의 퇴근길은 후회로 가득했다.



당연한 결과로 퇴근 후에 보내는 일상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나는 직장인일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이고, 남편의 아내이고, 그저 나 개인이기도 한데, 그 역할들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업무 습관과 개인적 돌봄 시간을 편한 퇴근길 하나와 바꿔버린, 지금 생각하면 참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득 보다 실이 압도적이었다.



결국 나는 그 선택의 끈을 끊어야 했다. 업무시간 내에 일을 마무리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는 6시에 퇴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몸은 힘들 게 뻔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칼퇴근하면서 조금 덜 힘들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걸 찾아 실행하기로 했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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