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과 저녁
출근 후 탕비실에서 물 한잔 마시는데, 타 팀 직원이 내게 묻는다. 내가 멀리서 출퇴근하고 있는 걸 아는 직원이다.
"OO님은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세요?"
"저요? 음... 보통 5시 반?"
"와우. 진짜 대단하시다."
이런 일에 대단하다는 표현을 들을 때면 기분이 묘하다. 진짜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매우 심하다', '몹시 크거나 많다', '출중하게 뛰어나다' 이렇게 세 가지 뜻이 나온다. 그중 위 대화 속 나를 향한 대단하다는 말은 칭찬의 의미인 '출중하게 뛰어나다'가 아니라 '매우 심하다'쪽에 가까운, 때론 '어떻게 그렇게 살지?' 하는 의문을 담은 감탄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의 알람은 5시부터 울리기 시작한다. 아.. 더 자고 싶다. 조금만 더... 울려대는 알람을 몇 차례 끄면서 미적거리다 보면 정신이 드는 시간은 보통 5시 20~30분이다.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서바이벌 모닝이다. 아무리 늦어도 5시 50분에는 일어나야 정비된 모습으로 제시간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기준이고, 자차로 출근하려면 기상시간은 5시로 당겨진다. 차로 가는데 더 빨리 준비해야 하는 아이러니. 도로에 2시간 넘게 갇혀있지 않으려면 도리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차 출근은 꼭 필요할 때만 한다.
눈 뜨면 침대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잠을 깨운다. 양치한 후 따뜻한 물에 소금 한 꼬집과 레몬즙 쪼르륵 넣어 마시며 전날 설거지해 둔 그릇을 정리하고, 밤새 나온 그릇이 있으면 빠르게 치운다. 밥이 부족하면 부랴부랴 앉히기도 한다. 조금 여유가 있을 땐 기분에 따라 모닝일기를 몇 줄 쓰거나 플랭크, 스쾃 같은 근력운동을 조금 한다. 그리고 5시 50분부터 출근 준비를 시작해 6시 50분에 집을 나서면 8시 20분경 회사에 도착한다.
사실 나는 조용한 새벽시간을 좋아해서 마음 같아선 더 빨리 일어나고 싶다. 나중에 글에서도 얘기할 예정이지만 한동안 미라클모닝에 빠져서 이런 와중에 잠을 줄여 4시 반에 일어나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 쓰고, 거실 실내자전거에서 운동할 때 창 밖으로 보이는 눈썹달이 인상 깊어 내 필명도 눈썹달로 정했더랬는데. 잠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나빠지고 면역도 떨어지며 빨리 늙는다는 어느 의사의 말에 미라클모닝보다 잠을 택하게 되었다. 5시 반에 일어나는 지금도 매일 잠이 모자라건만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했었는지...
오후 6시~6시 반 사이 퇴근하면 저녁 8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한다. 와서 씻고, 아이들 챙기며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9시가 넘는다. 아이가 와서 조잘조잘 떠들면 들어주고 얘기하며 시간 보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개인 시간을 갖는다. 너무 배가 고프면 살짝 요기를 하기도 하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글쓰기, 혹은 일기를 쓰다 보면 밤 10시가 넘어간다.
나와 일과 사이클이 다른 남편은 그때쯤 귀가한다. 하루동안 직장과 학교로 흩어졌던 가족이 완전체로 다시 모이는 순간이다. 우리와 아이들은 오늘도 수고했다 서로 안아주며 잠시 안부 나누고 다시 각 방으로 흩어진다. 나는 잠을 자러 안방으로, 이제 집에 와 쉬는 남편은 거실로,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그렇게 나는 밤 11시 전에 침대에 누우며 하루를 마감한다. 보통 11시~11시 반 사이에 잠드는 것 같다. 일요일 밤을 빼고는 어려움 없이 잠에 빠져든다.(피곤하니까...ㅎ)
다시 내일 새벽 5시의 알람이 나를 위해 대기한다. 건강을 위한 국룰의 하나는 7~8시간의 수면을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찍 일어나기만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데 어떤 새는 일찍 일어나서 그저 멀리 가야 할 뿐이다. 장거리 출퇴근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