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 했다. 서양에도 비슷하게 "아침은 왕처럼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눠먹고 저녁은 원수에게 줘라"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아침을 에너지원으로 공들여 먹고, 점심은 적당히, 저녁은 적게 먹는 것이 우리 몸에 좋다는 건 너무도 익숙한 건강상식이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에겐 어림없는 소리다. 왕처럼 아침을 먹으려면 나는 늦어도 6시 20분에 잘 차려진 식사를 해야 한다. 아침밥이 아니라 사실상 새벽밥이다. 일어나서 출근준비 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언제 공들여 밥을 차려먹고 나갈까. 물론 바쁜 실정에 맞춰 그 안에서도 잘 먹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아침을 챙겨 먹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나의 아침은 간소하다. 출근 후에 먹는 라테 한잔과 구운 계란, 혹은 바나나, 혹은 빵류. 아침이라기보다 오전 간식정도 될까. 어떤 날은 라테 한잔이면 오전이 지나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회사 앞에서 토스트를 사 먹기도 했는데, 좋아하는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혼자 트럭 앞에 서서 먹거나 사무실에서 냄새 풍기며 먹는 걸 피하게 되더라. 나이가 들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점심은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을 먹는 날은 괜찮은데 식당에서 먹을 때는 과식을 하곤 한다. 본래도 식탐이 많은 데다 아침을 간단히 먹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함께 식사하는 무리 중 늘 숟가락을 늦게 놓는 편이다. 뭘 먹어도 참 맛있게 느껴지는 게 점심밥이다.
그리고 오후 근무를 마무리하는 퇴근 1시간 전. 그 시간에 간식을 챙겨 먹는 내게 팀원이 묻는다.
"오늘 야근하시려고요?"
"아니, 퇴근 준비야."
퇴근 후 갈 길이 멀어서 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지면 퇴근길이 더 힘들어진다. 너무 배고픈 상태로 집에 도착하면 소위 '눈이 돈' 상태가 되어, 보이는 대로 당기는 대로 과식하기 일쑤다. 저녁에 과식하는 걸 예방하기 위해 퇴근하기 전 간단히 요기하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구운 계란이나 바나나, 빵종류를 먹는다. 1시간 반~2시간 정도 가는 동안 공복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배를 채우고 집으로 출발한다.
그렇게 밖에서의 일과를 마치고 8시 전후 집에 도착하면 다시 허기진다. 사실 퇴근 전 간식을 먹는 이유가 과식 예방뿐 아니라 집에서 밤에 뭘 먹지 않으려는 것이기도 한데 쉽지 않다. 오늘 먹은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고 먹다 보면 어느새 캔맥주가 추가된다. 내 저녁식사의 시작은 간단하지만 그 끝은 헤비 해지곤 하는 것이다.
하루 중 출퇴근에 시간이 많이 쓰는 생활은 이렇게 식습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장거리 출퇴근 하면서도 건강하게 먹는 이야기가 독자분들께 훨씬 도움이 되었을 텐데 잘 못 먹는 이야기를 하여 불현듯 죄송스럽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세끼'의 실태를 마주하고 좀 더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하게 의지를 발휘하면 릴스나 쇼츠에 자주 등장하는 건강식 밀프렙 같은 것을 준비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알아도 실천하기 힘든 현실인데 극복하고 싶기도 하다. 멀리 출퇴근하는 다른 분들은 평소 식사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