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운전면허를 땄다. 회사가 가깝지 않았지만 직행 버스가 있어서 별로 불편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고 3~4년 지날 때까지 택시, 버스를 이용하며 그렇게 그냥 살았었다. 운전을 하긴 해야겠다 싶었지만 절실할 정도는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겁도 났었고...) 면허를 따게 된 건 집과 중거리 정도에 있던 회사가 아예 장거리의 위치로 이전하게 되면서였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졌지만 당시 그렇게 멀리까지는 버스도, 지하철도 답이 없었다. 아침저녁 산 넘고 물 건너듯 2번 3번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진을 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면허 시험을 보게 되었다.
필기는 바로 합격했지만 실기에서 한번 떨어졌다. 평행 주차하다가 각을 잘못 잡고 후진하는 바람에 차의 반절을 블록 위에 얹고는 '내리세요.' 소리와 함께 실격되었다. 연습 때 자신 없었던 부분에서 역시 쉽지 않았다.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잊고 바로 다시 도전해야 했다. 재시험 등록하고 연습한 후 두 번째는 다행히 통과. 마지막 도로주행도 어렵지 않게 통과하고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곧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될 예정이었으므로 적응하려면 이 텐션을 실전으로 바로 이어가야 했다. 지인을 통해 중고차 판매상을 소개받고 이력도 차량도 깨끗한 중고차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여 퇴근 후 저녁마다 남편과 운전연습을 했다.
남편과의 운전연습은 자존심을 꼬깃꼬깃 접어서 발밑에 놓고 엑셀레이터 밟듯 꾹꾹 눌러야만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퇴근 후 피곤했을 텐데 상초보 운전자의 보조석에 앉아 온갖 고뇌와 사고의 위협을 안고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의 노고 덕에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도로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운전이 힘든 밤 시간에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를 조금씩 달려보고 주차도 해보면서 감을 익히니 밝을 때 운전하는 것은 더 쉽게 느껴져서 생각보다 빠르게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나는 겁 많은 쫄보여서 운전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막상 할 줄 알게 되니 운전하는 것이 즐겁고 좋았다. 이십여 년 택시 운전에 몸담고 계시며 운전이 좋다 하시는 아빠의 피가 나에게도 흐르고 있다는 걸 그때 느꼈다.
자동차라는 큰 이동수단을 내 맘대로 다룰 수 있다는 뿌듯함. 대중교통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도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언제든 빠른 시간만에 갈 수 있다는 편리함. 높아진 기동성만큼 삶의 질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르진 않았지만 서른에라도 운전을 습득한 것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지금도 내 생활에서 알차게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역시 무엇이든 해봐야 안다.
지금은 운전 경력 10년인 나지만 운전 고수들과 나란히 도로를 여유롭게 달릴 때면 여전히 나 자신이 대견하다.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의 시원함. 음악과 함께하는 드라이브는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