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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린 Nov 05. 2021

우리 좋았었던 날은 모두 두고서야, 브로콜리 너마저

좋았던 날을 모두 두고서야 돌아설 수 있었네



방황해 마지않던 고등학생 시절, 동네에서 조금 먼 여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어릴 적부터 몸으로 부딪히고 놀았던 소꿉친구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친구들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웠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수다는 끊이지 않았고, 하라는 공부 대신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간 서로를 향한 편지는 수두룩 했다. 도서관 동아리를 하면서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으며,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음악은 가장 깊게 내 감정적인 세계를 파고들었다. 야자시간에 교복 셔츠와 가디건 사이로 몰래 이어폰 줄을 숨겨 몰래 듣던 <앵콜요청금지> 노래가 그토록 애달플 수가 없었고, 무슨 이유였는지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말없이 이어폰을 건네고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울지마> 노래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이별하는 친구들 앞에서 <졸업> 노래를 노래방에서 마지막곡으로 열창했다. <유자차>,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등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들은 고등학생 시절의 나에게 꽤나 특별했다. 내 생일에 친구가 매일 일기 형식으로 쓴 편지를 엮어 책으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마지막에는 친구의 플레이리스트가 적혀있었다. 거기에 당연하게 적혀있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들을 보면서 우리의 그 시절에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들이 얼마나 당연하고 소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새로 나온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잊고 있던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보편적인 노래>의 가사만큼이나 어쩌다 우연히 이 노래들을 듣고 그때의 사소한 기분까지 생각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인지, 나는 새삼 깨닫는다. 그냥 걸어가다 보면 잊혀지는 것도 있어. 아름다운 풍경도 또다시 나타날 거야. 우리의 추억처럼. 이번 앨범의 노래들도 너무 따뜻해서 그때처럼 친구들에게 이번 앨범의 노래들을 들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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