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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린 Nov 15. 2021

Bollywood, 검정치마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어릴 적의 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영화 속에 사는 사람. 어린 시절부터 가수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고, 학교를 다닐 때는 장기 자랑과 축제 때 빠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라라랜드>가 나의 인생 영화가 되고, 검정치마의 노래 <Hollywood>가 나의 인생 노래가 된 것은. 나는 그곳에 가는 것을 꿈꾸었다. 먼 별들의 고향.


넌 근데 잘 못 온 거야.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지금의 나는 어릴 적 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떠밀리듯 공부해서 그저 그런 대학에 진학했고, 남들 다 하니까 허겁지겁 취직했던 회사는 형편없는 곳이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큰돈은 허영과 사치로 쓰기 바빴고, 나를 잃으며 남들의 칭찬에 목을 매었다. 마지막 폭죽이 터지는 그날에도 넌 그대로 내 옆에 남을 걸 알아. 라고 속삭였던 사랑도 지나고 나니 후회만 남았다. 영화 속에서 화려하게 살 것만 같았던, 아니 그럴 것이라 확신했던 나의 삶은 지독한 현실 속에 있었다. 미련하게 믿고 있던 나의 꿈이 시들고, 비밀 가득한 나의 지난 과거들만 계속 돌아가.


나는 향도 가시도 없이 막 아무렇게나 자랐네.




뭘 기대하는지 알아 어디서 들어봤겠지 먼 별들의 고향

넌 근데 잘 못 온 거야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감당이 안 되네 네가 찾아온 곳은 발리우드

모든 키스는 매번 등 뒤에서


폭죽이 터지면 풍선들이 날아가고

바람에 실려온 새 얼굴은 찡그리네

미련히 믿고 있던 민들레가 시들 때면

비밀 가득한 내 비디오만 계속 돌아가네


날 좀 더 칭찬해 줄래 남들은 내게 너무도 인색해

슬픈 생각에 머뭇거리다 티브이를 보면 다 웃고 있잖아


멈추진 않았네


폭죽이 터지면 풍선들이 날아가고

바람에 실려온 새 얼굴은 찡그리네

미련히 믿고 있던 민들레가 시들 때면

비밀 가득한 내 비디오만 계속 돌아가네


오 유치하고 달콤하게 평소보단 아름답게

물컹한 눈을 뜨면 내 정원에 들어올 수도 있어요

밤엔 내가 만개해요 밟지 말고 꺾어가요

어차피 나는 향도 가시도 없이 막 아무렇게나 자랐네


나도 내가 밤에 하는 짓이 부끄러워

끌어안으면 내 항상 남는 부스러기

이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걸

받은 걸 다 돌려주긴 욕심이 많지




그래, 이곳은 Bollywood.

내가 꿈꾸었으나, 내가 몰랐던 Hollywood의 이면.


인생은 꿈을 꾸고 사랑을 하면서, 좌절과 절망을 겪고 실패와 이별을 반복한다. 어릴 적 나는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 티브이를 보면 다 웃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비밀 가득한 비디오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안다. 여긴 춤과 눈물에 순서가 없는걸. 


나는 이제서야 내 삶의 어느 모습이든 사랑한다. 끌어안으면 항상 남는 내 부스러기들조차,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므로. 향도 가시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자란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향과 가시를 만들어가지 못한 것임을 깨달았다. 삶은 결국 그런 것이었고, 모든 삶은 한 편의 영화였는데.


그러니 나는 꿈꾼다. 여전히.


we are going to hollywood 

and never coming back, coming back

maybe we’ll turn to gold


don’t stop action, friction

Live in a fiction baby.

hollywood. 


내가 만개하는 어느 날 밤에, 

나를 밟지 않고 꺾어가 줄 누군가와 할리우드로 갈 거야.


우린 할리우드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돌아오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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