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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린 Nov 05. 2021

아이유, 에필로그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지금껏 나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나를 사랑할 그 어떤 사람들에게,


나는 묻는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렇게 흘러가요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나 있겠죠

가능하리라 믿어요


짧지 않은 나와의 기억들이 

조금은 당신을 웃게 하는지

삶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함께였음이 

여전히 자랑이 되는지


멋쩍은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글썽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모르겠죠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툭툭 살다 보면은  만나게  거예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20대의 끝자락, 지금껏 나의 시간들 속에는 어느 한 부분이라도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에서는 여전히 나의 곁에 있는 사람도, 안부조차 전하지 못할 만큼 저 멀리 떠나버린 사람도 있다.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기도 했고,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기도 했다. 그땐 그랬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난 지금에는 지우고 싶을 만큼 싫었던 순간들도 모두 별거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모든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들어왔음을, 이제는 부정하지 않는다. 당신들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을까.


얼마 전에는 아주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다.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가 되어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모두 흩어져 각자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달라졌고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일 년에 한두 번 만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아주 특별한 날이어야 할 것 같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주 어린 시절처럼 동네에서 시답잖은 농담과 장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그렇게 돌아오는데, 매번 아쉽기만 했던 것과 다르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 각자의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가면서 더 이상 서로가 전부이지 않고, 모든 것을 알 수도, 함께하지도 않지만 이렇게 가끔 서로를 만나 사는 얘기와, 고민을 나누고 시간을 내어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문득 깨달았다.


아, 이렇게 다들 행복하게 각자 제 인생 다 잘 살고 있구나, 그 인생 시시콜콜 서로 이제 다 알지 못하더라도 그 인생의 한 부분마다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구나. 이렇게 우리 모두 다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가끔씩 만나서 그 행복을 나누고, 가끔 원치 않는 불행이 올 때에도 기꺼이 그것을 나누어 짊어질 수 있겠구나. 그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삶을 살아야지.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된다. 말로만 우리 다 함께 행복하자, 하면서 웃으며 보는 사람들은 많아도 아주 가끔씩 만나도 편안하고 거리낌이 없이 행복과 불행을 나눌 수 있을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 곁에 머물러 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그런 인연이 있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기도 하고. 나 역시, 그런 자랑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니 나는  이상 

아무 의문이 없이 이다음으로 가요.


이다음에 나의 곁에 머물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도록, 나와 함께한 기억들이 당신을 웃게 하고, 당신의 자랑이 되도록.


나는 그 누구에게나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지.



/ eplilogue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이 나의 삶이 되고,

나라는 사람이 되겠지.


지금껏 이 모든 질문으로 돌이켜 본 나의 삶에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거야.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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