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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린 Jan 09. 2021

혜야, 검정치마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검정치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검정치마의 음악들은 쉽사리 어떻다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곱씹어 들어도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없도록 검정치마의 음악은 아주 깊다. 그래서 한곡, 한곡을 오래도록 듣게 된다. 심지어 한곡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들어야 하는 나에겐, 검정치마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아서 아직 들어보지 못한 그의 음악들도 많다. 그가 음악을 내는 속도만큼이나, 내가 그의 음악을 알아가는 시간도 꽤나 느리다. 


그리고 검정치마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질리기는커녕, 어디까지 좋아질지 궁금할 정도로 한결같이 좋아서 그 곡을 하나씩 꺼내 포스팅을 하기에도 많이 힘들다. 어떤 말로, 어떤 생각으로 정의하기엔 나에겐 너무 깊고 넓은 그의 노래.



<TEAM BABY> 앨범에서 여전히 ‘나랑 아니면’과 ‘EVERYTHING’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딱 그 두 트랙 사이에 위치한 이 곡은 사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 곡이었다. 그럼에도 검정치마의 전곡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렇게 어느 순간 딱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한철 유행가로 틀려지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곡들과는 전혀 다른, 시간과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신기한 그의 음악들.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말이 나에게 특별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모두가 그럴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 전에는 적어도 그랬다. 수많은 사람 중에 너를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그 순간 신기하게도 나는 매 순간 너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 마음이 만들어낸 함께 하는 순간들이 이만큼이나 쌓인 지금,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노래처럼 나는 이 말을 너에게 한 적이 있었다. 너도 나에게 이 말을 했던 적이 있었어. 이 당연하고도 단순했던 말은 어느새 우리에게 특별한 고백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많아졌다. 새벽에 밟으면 4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까지는 아니어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머나먼 거리에서 각자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각자의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친구도 만나고, 나의 시간을 즐겁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본 장거리 연애는 그게 아니었다.


그녀를 멀리 보내는 날이면 항상 오랜만이라는 전화가 흔한 편이죠. 하나씩 거절할 때면 난 정말 대단해. 약속은커녕 안부조차 물은 적 없었죠. 어떻게 한 번도 실수를 안 할 수가 있냐고 비웃어도 난 괜찮은걸요.

그녀를 멀리 보내고 돌아오는 길, 해 떨어지길 기다리다 빙 둘러왔죠. 아무렇지 않게 혼자서 밥을 먹고요, 불을 다 끄고 tv 켜고 난 잠에 들겠죠. 나보고 차라리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고, 안 믿으면 어쩔 건데요


주말에는 혹시나 너를 보러 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친구들의 연락에도 약속을 거절하고 시간을 비워두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보러 가지 못하는 날에는 애써 혼자 괜찮다 위로하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 진작에 주말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혹여나 걱정하고 신경 쓸까 봐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너와 함께 걸었던 동네를 혼자 걷거나, 혼자 서점을 가서 책을 읽었다. 주말 내내 혼자 집에 있다 보면 울적해지기도 해서 일부러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밖을 나가 한참을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먹던 밥은 배달음식을 시켜 혼자 먹고, 같이 보려 했던 영화는 집에서 VOD 서비스가 나와서 혼자 보기도 했다.


매일 같이 붙어있던 우리가,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볼 수 있는 날만 기대하는 상황이 되면서 둘 다 많이 힘들기도 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럴 때 어떤 사람들은 미련하게 기다리지 말고 혼자 할 일 다 하고, 만날 사람 다 만나라고 했지만 나는 너를 기다리는 혼자의 이 시간이 더욱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이 모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만큼 여전히, 나는,

너랑 있는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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