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린 Jan 11. 2021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나랑 놀자,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

나랑 마셔, 너와 나의 몸이 녹아내리면

나랑 걷자, 저 멀리 까지 가다 지쳐 누우면

나랑 자자,    감고 나랑  맞추자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있겠니, 나랑 아니면


 나랑 놀자, 어디 가지 말고

그리울  없도록 나랑 살자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같이 살자


나랑 아니면 누구랑 사랑할  있겠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있겠니, 나랑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알아, 나도 언제나 같은 마음이야 baby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미성인  아님 마치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같기도 하고, 무어라 정의할  없는 검정치마의 목소리가  노래의 멜로디 위에 덧입혀질  무언가 먹먹해지고야 만다. 슬픈 멜로디도 아니고 슬픈 목소리도 아니지만  노래를 들으면 괜히 슬퍼진다. 어릴  조금이라도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엉엉 소리 내어 크게 울어버리곤 했던 때와는 다르게 나이를 먹을수록 소리 내어 울기보다는 울음을 참으며 마음으로 우는 것을 배운다.  노래를 들으면 마치 그런 느낌이다. 마음으로  슬픔을 삼킬 때처럼 먹먹하고 답답하다.


가사를 천천히 들어보면 이렇게 달달하고 로맨틱할 수 없다. 야, 나랑 놀자. 밤늦게까지 함께 손뼉 치면서. 나랑 마셔, 너와 나의 몸이 녹아내리면 나랑 걷자, 저 멀리까지 가다 지쳐 누우면 나랑 자자, 두 눈 꼭 감고 나랑 입 맞추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인데, 마치 겉모습은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랑을 할 때만은 순수한 소년이 되어버리는 한 남자가 좋아하는 소녀에게 툴툴대며 말하는 것 같다. 근데 겉모습은 어른이라, 그 말이 순수하지만은 않게 들린다. 그래서 그조차 매력이다.


가사를 듣다가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노래가 왜 슬프게 들리는 건지, 이 가사는 왜 이렇게 순수하고도 어른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정말 이 노래의 느낌을 담으려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인지, 이러한 이야기를 토대로 검정치마가 이 노래를 만들어낸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혹여나의 개인적인 느낌일지라도,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정말이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에 감탄밖에 할 수 없다.


무언가 괴롭고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사랑 앞에서 순수하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어른이기도 한다. 마음껏 순수하게 사랑만 하고 싶은 연인들에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래서 사랑은 때로 처절하고 절절하고 가슴 아프다. 아무렇지 않게 넌 내게 말했지, 날 위해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 모든 것을 죽이고 도망쳐 온 연인의 목적은 오로지 아주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혜야, 검정치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