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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Jan 13. 2023

한 달 된 신생아 엄마의 삶

2021. 2. 22.

우리 행복이가 태어난지 이제 28일이 됐다. 한 달 된 신생아 엄마의 삶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정신 없음

나보다 두달 먼저 출산한 친구가 그동안 왜 연락이 안됐는지 알 것 같다. 임신 동기로써 매일매일 육아템이나 몸상태, 심리 상태 등을 공유하며 뻔질나게 연락하던 사이였는데 정작 아기를 낳고 나자 연락이 두절됐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도 2~3시간 후 답장은 기본이고 아예 답장이 없는 날도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나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그냥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다들 왜 미리미리 출산준비를 하는지 알겠다. 맘카페에선 엑셀로 잘 정리된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을 그때그때 사면되지 왜 이케아 트롤리에 아기면봉이며 손수건을 쟁여놓고 분유포트며 젖병, 젖병세제, 열탕소독용 집게 등을 준비해놓을까. 그러면서도 나도 따라 준비하긴 했다. 이제야 알겠다. 그런 것까지 하기엔 정신이 없는 신생아 엄마다. 


수면부족

3.6kg 인간 생명체는 그야말로 정말 작다. 내 손짓 하나에 잘못될까 두려워 모든 게 조심스럽다. 정말 작기 때문에 위장도 작다. 그래서 수시로 먹어야 한다. 성인들처럼 8시간씩 푹 자면 위험하다. 2~3시간마다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엄마, 아빠는 반좀비 상태가 된다. 엄마는 출산 직후의 몸이라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릴렉신 호르몬은 산후 6개월까지 분비되기 때문에 손목, 발목 온 관절들이 그야말로 너덜너덜한 상태다. 


새벽에 아기 우는 소리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다가 잠결에 엎어지기도 하고 분유를 쏟기도 할 정도로 수면 부족은 심각한 상태. 아빠 역시 1~2주 정도의 짧은 출산휴가 내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엄마의 수발을 들다가 회사로 복귀하면 피곤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상태. 아기아빠들이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안나오는 건 주식 때문이 아니라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중이란다. 그나마 산후관리사님이 계셔서 부족한 잠을 낮에 채우고 있다. 


불안감

임신은 호르몬이 다한다고 한다. 임신 중 급격하게 증가하는 여성호르몬은 출산 후 급격히 감소하고 이런 흐름은 산후우울증을 가져온단다. 이미 알고 있으니 우울함이 밀려오면 그런가보다 해야지 했다. 어랏, 근데 우울감은 이상하게 찾아왔다. 산후우울증 체크리스트 항목과는 거리가 멀게 나는 행복해서 슬퍼졌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와 자상한 남편, 건강한 모습으로 축하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 이 모든 것들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서 불안해졌다. 언젠가는 사라져버리겠지 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신생아 시절부터 유치원에 보내고 학교를 졸업시켜 결혼을 시키고 손자까지 보신 우리 부모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엄마 아빠와 함께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인생이라는 게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이야기해보니, 몇개월 동안 집에만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은 행복이를 어떻게 키울까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단다. 이런 현실적인 사람 같으니라고! 남편이 이성적이고 단순해서 다행이다. 남편도 나처럼 감성적이면 우리집은 맨날 울음바다가 됐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일주일 정도 지속되다가 정신 없는 육아 한복판에 뛰어드니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된 28일차 신생아 엄마가 됐다. 매일매일 크는 게 아깝다고 느껴질만큼 소중한 아가와의 시간을 정성을 다해서 보내야지! 모든 사람은 이토록 소중한 누군가의 자식, 그러니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틈틈히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 아가의 몸과 마음을 잘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순식간에 지나가는 인생을 행복으로 꽉꽉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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