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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Mar 19. 2023

무리했더니 단 것이 땡긴다 강하게

나는 프리랜서다. 

글도 쓰고 웹진이나 사보도 만든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돈이 된다 싶으면 닥치는대로 받는다. 

그러다보니 일을 너무 많이 받아버렸다. 


첫째가 어린이집 적응을 하는 지난 2주 동안 어떻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는지 정말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억척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거울을 본 일이 손에 꼽는다. 매일 똑같은 맨투맨에 똑같은 바지. 집에서도 잠옷 두 개를 돌려 입었다. 이렇게 꾸밈과는 멀어지는 것인가.


토요일인 오늘도 어깨에 무거운 짐이 눌려있는 듯한 몸짓을 본 남편이 고맙게도 두 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가주었다. 행복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보문고에서 스티커책(한글놀이 만2세)과 뽀로로 스티커북을 사고 유명한 빵집에 가서 곰돌이 빵과 시댁 부모님 드릴 빵도 샀다. 남편은 귤을 사다가 드리면 된다고 했다. 빵은 가성비가 떨어진대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나중에 우리 아들들이 우리 집에 오는데 가성비 따져서 귤만 사왔으면 좋겠냐고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자 곧 수긍하는 남편. 늘 가성비만 생각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동질감도 느껴지고 그렇다. 그러니 결혼했겠지?


여하튼 남성팀을 모두 시댁으로 보내고 나는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이런 젠장 토요일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줄줄이다. 원고 마감할 게 태산인데 웨이팅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었다. 황급히 발길을 돌려 떡볶이 한 그릇 헤치우고 스타벅스로 갔다. 다들 노트북 아니면 태블릿을 들고 집중하고 있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스타벅스는 이제 지역 도서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아이가 언제 깰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제 곧 아이를 데리러 가야한다는 초조함이 없다보니 글은 날개돋힌 듯 술술 써졌다. 예살보다 빠른 시간에 마무리. 일을 하나 끝내고 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아 이 맛에 원고 쓰나. 쫄리고 압박되었던 가슴과 어깨가 조금은 풀어지는 듯했다. 그 사이 내 트레이에는 달달구리가 한 가득. 얼그레이 밀크티, 티라미수 : ) 다이어트하느라 멀리했던 것들을 원고 마감이라는 좋은 핑계로 자주 마주하고 있다. 먹고 나면 또 다른 달달구리가 땡기니 정말 중독성이 강한 녀석인 듯하다. 


프리랜서는 정말 돈의 노예가 되기 쉬운 것 같다. 직장인일 때는 따박따박 받는 월급 안에서 자신의 건강을 잘 관리해가며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다른 팀원들과 조율하며 업무를 조절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1p당 얼마씩 받다보니 일단은 하고 보자는 마음이 강하다.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일상과 가족을 잘 지키는 선에서 일을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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