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목에 담이 와서 아이들 등원 준비하다가 쓰러졌다. 큰 애는 앨리스를 불러야 한다고 야단이다. 작은 애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통증에 '악' 소리를 내자 엉엉 울어 댄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가 바로 달려오셔서 아이들 등원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남편도 조퇴하고 집으로 왔다. 언니와 통화해 보니 목과 등에 경직이 온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어깨 담의 원인 분석
1. 어제 격하게 친 탁구의 영향
이달부터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왕초보다보니 의욕이 앞섰나보다. 게다가 탁구채도 너무 저렴이라 선생님도 선배들도 공이 잘 안나간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무리해서 힘을 줬고 그것이 오른쪽 어깨와 목의 통증으로 연결된 게 아닌가 싶다. 큰맘먹고 장비를 새로 구매했으니 다음 연습 때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탁구를 배우기 시작해 탁구채를 고르고 있다면 반드시 아무거나 사지 말고 탁구 선생님께 문의 후 구입하길!
2. 새벽에 마신 아이스티
각종 원고 마감과 중간과제물 제출로 인해 마음이 바빴다. 남편이 새벽에 일어날 때 나도 깼는데 그때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초 집중하다가 좀 출출해서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티를 꺼내먹었다. 너무 차가워서 망설였는데 잠도 깰 겸 마신 게 화근이 된 것 같았다. 몸이 지난치게 추워졌고 어깨와 목도 빠르게 수축된 듯하다. 요즘 건강을 위해 찬 음식을 멀리하고 있었는데, 알면서도 당했다 윽!
3. 무리한 생활
11kg, 13.4kg의 두 아이들을 매일 번쩍 번쩍 들다보니 아무래도 근골격계에 무리가 온 것 같다. 여기에 3분기부터 시작한 탁구, 요가 수업에 기존에 하던 영어회화와 헬스까지 더해지면서 왕무리 상황. 건강을 위한다고 시작한 것들인데 조금은 덜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마음이 바쁜 요즘이다. 얼른 아이들 준비시키고 얼른 책 한 권 읽어주고 얼른 등원시키고 얼른 로봇청소기 돌려놓고 일하다가 얼른 늦지 않고 수업 가야지. 얼른, 얼른, 얼른. 입에 얼른이 배어있다. 최근에 33개월 큰 아들에게 얼른 밥먹으라고 채근하니, "엄마 입에 있다구! 엄마가 계속 얼른 먹으라고 하니깐 채할 것 같아"라고 한다. 정말 느긋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내 마음이 바쁘다보니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 나에게 쉽표를 주자. 멍 때리는 시간도 허용하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해주자. 인생을 빨리 살아서 대체 뭐할 것인가. 빨리 빨리 나를 채찍질하는 만큼 나는 빠르게 소진된다. 천천히 좀 덜어내자. 그러기 위해 우선순위 정리가 필수다.
현재 마구 혼재되어 있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리스트
원고 마감 (월간, 격월간, 월간 기사 1건)
주 3회 근육운동
영어수업 예습복습
방통대 사회복지학과 마지막 학기 기말시험 준비
나만의 필사노트 만들기
탁구
매일 아침을 깨우는 10분 요가
매일 30분 독서
아이들과 놀기(책 읽기, 상황극, 스티커북, 요리하기)
아이들에게 5대 영양소를 맛있게 공급하기(나랑 남편한테도 쫌)
햇볕 좋을 때 걷기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왜 혼재되어있나 생각해보니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분하기 보다는 매일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루에 다 못하는 것들은 매주 할일로 나누는 게 현명하겠다. 그래도 못하는 것은 월간으로.
10월쯤 되니 다이어리가 너덜너덜해져서 예쁘게 쓰고자 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서 내년 다이어리를 구매했는데, 예쁘게 쓰면 내 일상도 좀 더 깔끔하고 바람직하게 정돈되려나? 내년 다이어리는 올해 12월부터기도 하고 올해부터는 다이어리 한 권을 온전히 쓰기로 해서 일단은 요 너덜너덜 다이어리와 함께 내 삶도 좀 아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