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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Oct 06. 2023

아이들은 무서운 거울

14개월 된 둘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린 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울고 있어요)

"엄마 아~~ 엄마 아~~" ← 이 부분

그리고 뿌듯한듯 나를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우리 새끼 최고라고 박수치며 환호한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장기자랑타임.

검지 손을 얼굴에 대더니 "음~~~" 이런다. 

그건 내가 뭔가 티나게 고민할 때 쓰는 몸짓과 소리다. 

첫째도 이맘때 그러더니 둘째도 똑같이 따라하니 너무 신기했다. 

와 정말 이 맛에 애 키우는 건가?

아이들의 성장에 놀라는 매일이다. 


남편과 싸우고 짜증나서 누워 있는데, 아빠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첫째. 

"아빠, 그런데 사랑이가 쇼파에 막 그렇게 해도 이해해야 돼. 아직은 어리니깐. 배워가는 거야. 좋아질 거야."

갑자기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둘째가 요즘 색연필로 쇼파에 낙서를 해서 많이 혼났는데, 그 모습을 기억했다가 자기 전에 아빠한테 이야기하는 33개월 첫째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감동열차를 타버렸다. 나도 조금 더 이해하고 기다렸다면 남편에게 버럭 성질 부리는 일은 없었을텐데. 어미보다 나은 새끼로구나. 


그래도 한편으로는 저런 말을 우리에게서 배웠으니 꺼낸 거겠지, 라는 생각에 흐뭇해지기도 했다. 


아이는 무서운 거울이다.

아이가 있어서 말도 골라서 하고 행동도 절제한다. 

이영미 작가의 <마녀엄마>라는 책에서 보았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박노해의 시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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