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 대학교의 콘스탄틴 세디키디스 심리학 교수는 선행 향수(anticipatory nostalgia)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선행 향수란 미래에 다시 추억할 수 있는 순간들을 지금 의도적으로 만들어 음미하는 것이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행복을 더듬는 데에 그치지 말고,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특별한 행복의 순간을 누군가는 '젠'의 순간이라고도 부르고, 알랭 드 보통은 워즈워스의 시를 빌려 '시간의 점'이라고 불렀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윌리엄 워즈워스, The Two - Part Prelude(1799)
글쓰기는 매일 선행 향수를 발굴하는 일이다. 모든 게 빠르고 산만하고 흩어지는 사회에서, 고요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을 채집하는 시간이다. 돌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새, 매미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울려퍼지는 귀뚜라미 소리, 아빠에게 안겨가던 어린 아기가 내게 흔든 손짓.......
오늘 보고 옮긴 것이 훗날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보는 눈도 옮기는 손도 부지런해진다. 쓰는 귀찮음이 조금 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