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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는 길 위에서

by 안개별


브런치 작가로서 첫 번째 글을 올리던 날을 기억한다. 떨리는 손으로 발행 버튼을 눌렀던 순간을.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이 왔다. 뜻밖의 응원과 격려의 댓글을 받았다. 친절하고 따뜻한 말들이 하나둘 쌓여갈수록, 나를 짓누르던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세이 한 권을 출간했고, 온오프라인 서점에 진열되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내 삶을 읽어 준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기뻤고, 가슴 벅찬 설렘이 밀려왔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말하던 막연했던 나의 꿈. 그게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줄이야.


책을 출간한 이후 새로운 길이 열렸다. 경기도교육청 평생교육원에서 '치유와 성장의 글쓰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글은 늘 방황하던 내 앞을 밝혀 주던 등대와도 같았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노트를 펼쳐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적곤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고, 목표를 재설정했으며, 살아가야 할 힘을 얻었다. 그랬던 경험들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내게 더없이 큰 축복이었다. 수강생들에게는 스스로를 위한 치유의 과정이었고, 나에게는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이었다.

강의가 이어질수록 더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수강생들에게 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 치유와 성장을 경험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독서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합격할 수 있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글쓰기를 통해 삶이 새롭게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내가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길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의 꿈은 더욱 분명해졌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고, 이를 통해 삶을 노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독서를 통해 또 다른 삶을 배우고, 글을 쓰며 자신을 찾아가는 일. 그렇게 마음이 열리고 치유되는 경험을 수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깨달았다. 글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 힘을 더 널리,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는 또 하나의 오래된 꿈이 있다. 어릴 적부터 품어온 소설가가 되는 꿈. 현재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을 집필 중이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아이들을 재운 후 노트북 앞에 앉는다. 하루 한 장도 쓰지 못하거나, 때로는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새벽을 맞이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느린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언젠가 내 이름이 쓰인 소설책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계속해서 나아가게 만든다.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에세이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동화와 소설을 말이다. 글을 쓰는 일은 이제 내게 숨 쉬는 일과 같다. 글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에 멈출 수가 없다.


그 모든 시작은 브런치였다. 한 편의 글은 책이 되었고, 책은 강사로서의 길을 열었으며, 강의는 또 다른 꿈을 일깨웠다. 나이 사십에 다시금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올해로 열 살이 된 브런치의 역사 속에서, 이제 막 걸음을 뗀 나의 일 년이 부디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내가 쓴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기를. 지친 하루의 끝에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는 손길처럼, 어둠 속 길 잃은 마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별빛처럼.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스토리 창을 연다. 어제보다 깊어진 마음을 안고, 내일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언젠가 이 길의 끝에서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작가라는 길 위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고. 브런치스토리와 함께한 순간들은 길을 밝혀 준 빛이자, 내 생애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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