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는 다르게 회사가 아닌 백화점에 있던 날이었어요. 백화점 팝업 행사가 있어 지원을 나갔던 날이었거든요. 고객 응대를 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어느덧 다가온 퇴근 시간.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가는 길에 카톡을 열어 봤어요. 브런치 10주년 팝업이 종로 유스퀘이크에서 열린다는 카톡을 확인합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보기'를 눌러봤지만, 기대와는 달리 모두에게 발송되는 문자였어요.
얼마 전 브런치에서 '작가와 함께 만드는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공모전을 진행했어요. 저는 한 편의 글을 게재했답니다. '내 글이 브런치 팝업 스토어에 걸린다면'하는 기쁘고도 행복한 상상을 하며 말이죠.
한참을 고민하다 브런치 팝업 전시 예약 페이지를 닫았어요. 아직은 날짜를 확정 짓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브런치 앱을 켜 봅니다. 작가님들의 최근 업로드된 글을 확인하는데, 익숙한 키워드가 들어간 제목의 글들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초대장이 발송이 되었구나. 내가 받지 못한 거구나. 사실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이 크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덤덤했어요. 그건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화풀이할 상대도 없으면서 괜히 심통이 나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뒤로 가기를 눌러 '알림' 아이콘을 눌렀는데, 맙소사... 저에게도 VIP 초대장이 도착해 있던 거죠. 그날 너무나도 정신없이 일 했던지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주차장으로 가던 중 화장실에 들어서며 VIP 초대권의 존재를 발견했어요. 믿을 수가 없어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걷고 있었거든요. 그때 웬 남성분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
저는 고개를 들고 좌우로 눈을 굴려가며 확인했고, 제가 남자 화장실 입구에 서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죄송하다고 말하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는데, 밖에는 여자화장실이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정말이지 울고 싶어 졌어요. 제 뒤를 따라 나오던 남성분들이 무려 3명이었거든요.
"여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 지나서 있어요."
다시금 들려온 그 남성의 목소리에 저는 흠칫 놀랍니다. 남성이 검지를 길게 늘여 가리킨 곳은 남자화장실 뒤편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화장실을 찾지 못하고 있어 도움의 말을 건네셨던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브런치 10주년 팝업 초대권과 얽힌 스토리가 벌써부터 생겨버렸네요. 이 에피소드를 딸아이에게 들려주니 한참을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더군요. 저도 아이 따라 큰 소리로 웃어버렸습니다.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VIP 초대장은 위와 같아요. 제 이름이 적힌 초대장을 마주하고 얼마나 기쁘고 흥분되던지. 매일 밤 글을 쓰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 편의 글로 시작된 여정이 이토록 찬란하게 피어날 줄이야.
브런치는 제게 단순한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었어요. 꿈과 현실로 잇는 다리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다리 위에서 저는 '작가'라는 또 다른 직업을 얻었고, 오늘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어요.
이 멋진 플랫폼 덕분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출간을 했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 저는 행복으로 가득 채워졌어요. 덕분에 다시금 되찾은 꿈을 실현코자 앞으로도 브런치와 함께 한 발 한 발 나아갈 예정입니다.
항상 예쁘고 고운 말들로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글벗 작가님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응모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