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늘에 박힌 다이아몬드 같아요.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Blaise Pascal
오늘은 책 하나를 같이 나누려고 한다. '자기만의 침묵' (원제: Silence in the age of noise)을 쓴 저자, 엘링 카게(Erling Kagge)는 노르웨이 탐험가로 무려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를 모두 다녀온 사람이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변호사이자 CEO이며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침묵이 주는 엄청난 파워를 체험했고 그 내면의 시간을 잘 즐기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다. 시간을 무언가로 가득 채워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타인의 인정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있다고 느낀다면 특히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느낀 것들과 함께 여러 철학자들의 침묵에 대한 고찰을 다루는데 쉽고 심플하지만 가볍지 않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의 그 한 시간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는 침묵은 누구나 자신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건 우리가 끊이지 않는 소음에 둘러싸여 있을 때조차도 늘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침묵을 금욕이나 뭔가 영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한 실제적인 원천이라고 여긴다. 침묵을 찾겠다고 저자처럼 남극이나 북극을 가지 않아도 된다. 버스나 지하철, 차에 몸을 싣고 있는 일상의 출퇴근 시간에도, 맘에 안 드는 상사가 멍멍이 소리를 하는 시간에도, 심지어 소음 가득한 공사판 옆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침묵 안에 내 시간을 찾을 수 있다.
어떤가. 침묵이 불편한가? 책에 나오는 '독방에 가만히 있기' 실험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은 침묵이 너무도 답답한 나머지 차라리 (-몸이 괴로운-) 전기 자극이라도 달라고 했다고 한다. 포세가 말하는 것처럼 침묵의 두려움은 어쩌면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지 모른다. 그 두려움을 회피하려고 외부의 여러 자극을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말보다 책의 일부를 나누고 싶다.
0. 휴식을 위해 걸음을 멈출 때마다 만약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침묵을 경험했다. 바람이 없으면 눈조차도 고요해 보인다. 내가 속한 세계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지루하지도 않았고 방해받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였고, 내 곁엔 내 생각과 아이디어들뿐이었다. 미래는 더 이상 무의미했고, 과거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지체 없이 나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세계 속으로 들어갈 때 세계는 사라진다고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주장했다. 그때 나한테 일어났던 일이 바로 그랬다.
00. 나는 산책을 할 수 없거나 등산을 할 수 없을 때, 혹은 세상에서 벗어나 항해를 할 수 없을 때마다 세상을 차단하는 법을 배웠다. -중략- 세상을 차단한다는 것은 당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등을 돌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당신의 인생을 사랑하려고 애쓰면서 좀 더 뚜렷하게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000. 수천 년 동안 자신들 외에는 누구와도 가깝게 붙어살지 않았던 개인들- 예컨대 산꼭대기의 수도승들, 집으로 돌아가는 은둔자들, 선원들, 양치기들, 탐험가들-은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침묵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당신은 바다를 향해 출항한다. 그러나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은 집으로 돌아올 때다. 똑같은 주장이 그토록 오랜 세월에 걸쳐 되풀이되었을 때는 그 주장을 진지하게 살펴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예수와 부처는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기 위해 침묵 속으로 뛰어들었다. 예수는 황야로, 부처는 산과 강으로 떠났다. 예수는 침묵 속에서 신이 될 준비를 했다. 강은 부처에게 듣는 법을 가르쳤다. 고요한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법을 가르쳤다.
0000. 별이 총총한 하늘은 '당신이 일단 친해지면 인생에서 가장 진실한 친구이다.'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으면서 평온함을 주고, 당신의 불안과 의심과 고통이 지나가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걸 늘 일깨워 준다. 우주는 지금이나 앞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의견과 노력, 우리의 고통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유일무이하지도 않다.
00000.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른바 첫 번째 원리라는 걸 이용하는데 특히 능하다. 그는 인정받은 사실들에 의존하는 대신 (-침묵 속에서-) 근본적으로 참인 것을 찾은 다음 그것을 토대로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그걸 기반으로 시작하는 방식에 그는 반대한다.
000000.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에 따르면 침묵은 활동 중인 뇌이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평화를 찾고 싶다면 생각을 멈춰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침묵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 도구이다. 침묵을 감당하면 그것은 마치 ‘뇌 속의 폭포’가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세상이 차단되면 공기 중의 전기가 변한다. 그 변화는 오래 지속될 수도 있고,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그치고 말 수도 있다. 쇠렌 키에르케고르가 깨달았듯이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다. -중략- 그녀는 머리를 비우기 위해 차분하게 코로 숨을 쉬는데, 그렇게 하면 자신의 호흡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숨쉬기'이다. 그녀의 목표인 가득 찬 공허, '마음의 고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비밀은 바로 숨쉬기이다.
0000000. 우리는 모두 똑같은 대륙의 일부이지만, 당신은 스스로 하나의 섬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잠재력을 어디를 가든 항상 가지고 다닌다.
한 알의 모래 알갱이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야생화에서 천국을 보기 위해
네 손으로 무한함을 쥐어라
그리고 시간의 영원함을 쥐어라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떠오르는 것이 있다. 포르투갈 페니쉬에 있을 때 파포아라는 절벽에 자주 가서 앉아 있었다. 거기 가면 늘 돌부처처럼 앉아 있던 남자가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맨날 같이 물만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원시시대부터 존재했을 것 같은 이끼처럼 돌에 접착된 듯 그렇게 오래 거기에 있었다. 절벽을 마주하고 앉은 우리의 등 뒤로는 달이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것처럼 이른 저녁부터 아주 크고 둥글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빛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달이 비현실적으로 너무 크게 보여서 우리가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닌 달 근처의 다른 행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엘링 카게가 느낀 텅 빈 평화로운 침묵을 거기서 느꼈다.
우리는 하늘에 박힌 다이아몬드 같아요.
We're like diamonds in the 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