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엇을 의미하나
고통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괴로운 걸 일부러 경험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는 고통이 올 조짐만 보여도 싫다. 두려움에 설레발치며 미친 듯 도망갈 궁리를 한다. 고통이 와서 힘든 것인지 오기도 전에 작동한 두려움 때문에 더 힘든 것인지 헷갈린다.
나는 요즘 자주 소리에 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다. 가위도 아니고 소리에 눌린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여튼 난 그랬다. 새로 마련한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각종 소리들이 나를 괴롭혔는데 그것 때문에 모든 욕구가 한꺼번에 확 꺾였다. 안정이 되지 않는 그 상태는 내가 싫어하는 것이다.
예전에 여기에도 올린 글 중에 sea blue라는 글이 있다. 그건 코팡안 섬에서 20분 챌린지로 작성한 글이지만 정작 그 글의 모티브는 섬에서 다른 날 참여한 어떤 이벤트의 '소리'였다. 그 이벤트에서는 각종 음악을 들으며 무의식 중에 느껴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라고 했는데 우는 사람도 있고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고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어서 뛰고 구르고 난리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데 잘 들렸다. 그런데 그중 유독 한 여자가 우는 소리가 아주 몹시 거슬렸다. 불편한 것을 넘어서 너무 괴로운 거다. 안 듣고 싶은데 그럴수록 다른 소리들 사이에서 더 기괴하게 살아 움직이는 그 소리는 더 커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났다. 그 소리가 sea blue 그걸 쓰는 날 토네이도급의 바람소리에 실려 훅 왔고 여하간 그 기억 덕분에 20분 챌린지를 (-도망가지 않고-) 잘 마칠 수 있었다.
그 소리 자극은 대체 왜 나를 힘들게 한 걸까. 이걸 느껴보는 과정에서 난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내가 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거기 모인 사람들은 누가 더 소리를 잘 지르나 거의 경쟁하듯 온갖 스트레스와 고통을 소리에 담아 내지르고 있었는데 나는 (-자리를 깔아줘도-)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너무 괴로워서 눈물이 나는데 밖으로 소리가 안 나오는 거다. 입은 벌리고 있는데 정작 내 귀에 들리는 내 소리가 없는 거다. 어느 순간이 되자 그 여자의 소리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소리를 못 내서 답답해서 눈물이 나는 거 같았다.
달아나지 않고 고통을 볼 때 새로운 것을 볼지도 모른다. 그 용기가 나를 어떤 측면으로든 더 성장하게 만들지도. 나의 성장에서 필요한 고통이라면 그걸 다룰 방법도 내가 가지고 있을 거다. 자신의 취약한 점이 자신을 이해하는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좀 한다.
영상: On my way back to jeju. No more sound, 2021. 1
Sea Blue
I was lying at the beach just watching the waves of the sea. It comes and goes. It was quiet and peaceful. Everything was so blue and perfect. I was totally in a beautiful spotless scenery.
There was one girl sitting just about 2m away from me. But I hadn't noticed her existence. I even had no idea when she came to me. She was just staring at the sea with silence.
All of sudden, she started to weep so badly. That was so annoying indeed, distracting me a lot. I sensed that all this blue from the sky and the sea turn into red mixing with her pain and grief. It totally broke up my peacefulness.
I didn't want to approach her since I was so fragile somehow. Honestly I wasn't confident of facing her sorrow which was so overwhelming to me. So I just stayed where I was. It seemed like there was a huge invisible barrier between us.
Out of the blue, I turned my body towards her with eyes closed and took a posture as if a baby in the womb. I don't know the reason why I did. I could not see anything but hear her crying and the sound of the water at the same time.
It sounds weird but I was in my mom's womb at some points. Baby me could feel strongly all anxiety and sadness from her. So I wanted to say to her like "I'm here. Don't worry. You'll be okay"
The waves of the sea come and go several times more. I feel sea blue again. And I don't hear her crying anymore.
I know we are connected.
Hyun, Koh phangan, 2. July 2019
씨 블루
나는 파도를 바라보며 해변에 누워 있었다. 파도는 오고 간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모든 것은 아주 푸르렀고 완벽했다. 나는 흠잡을 때 없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었다.
불과 2 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에 한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언제 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그저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난데없이 그녀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주 심하게 말이다. 그건 정말이지 나를 짜증 나게 했고 급기야 나의 정신을 마구 흐트러트려 놓았다. 하늘과 바다의 이 모든 푸른색이 그녀의 고통과 슬픔에 섞여 붉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나의 평화로움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나는 약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압도하는 그녀의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난 내가 있는 그 자리에 그저 머물렀다. 마치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놓여 있는 듯했다.
갑자기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내 몸을 그녀 쪽으로 틀어 마치 자궁 속에 아기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울음과 물 소리를 동시에 들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어느 순간 엄마의 자궁 속에 있었다. 태아인 나는 그녀의 모든 불안과 슬픔을 그대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여기 있어요. 걱정 말아요. 당신은 괜찮을 거예요.”
몇 차례 더 파도가 오고 간다. 나는 ‘Sea blue’를 다시 느낀다. 더 이상 그녀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나는 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