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까?
제주에 한 책방에 앉아서 옆을 보면 '소유보다 존재'가 있고 앞을 보면 '재미보다 의미'라는 글자가 아주 굵고 선명하고 크게 똭 있다.
과거 난 의미를 먼저 찾고 거기에 재미를 부여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끔 어떤 일에 의미를 찾으려는 습성이 먼저 나오기도 하지만 이젠 어떤 끌림도 없는 일에 억지로 의미를 씌우고 과몰입하지는 않는다. 재미가 있으면 어쨌든 의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따라 의미 찾기를 할 땐 소유해도 불안하고 존재해도 불안하고 그라운딩이 전혀 안 된 채 붕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선가 가끔 꿈에서도 붕붕 떠서 잘 날아다니곤 했다 ㅍㅍ) 남이 인정하든 말든 내가 재밌어 미칠 수 있는 것이 정말 있다면 그거야 말로 의미도 되고 뭐든 되는 게 아닐까. 이 책방이 참 좋은데 앞에 보이는 벽에 저 글자의 순서를 자꾸 뒤집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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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방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구매했고 지난달 무료할 때마다 펼쳐봤다. 누군가는 좋았다고 했는데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캄파리 밖에 머리에 남는 게 없었다. 한두 장 넘기기 무섭게 나오는 캄파리는 이 책으로 코딩 작업하면 아마도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일 거다. 찬 바람에 쌩쌩 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며 더위에 지친 인물들을 읽는 게 좀 와 닿지 않는데 푹푹 찌는 그 더위가 그들이 가지는 모든 권태의 주요 원인인 거 같았다. 이겨낼 수 없는 그 지독한 권태를 캄파리가 해소시키는 것 같은.
시종일관 나른나른 축축 쳐지는 그 배경 속에서 그래도 이 말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우리가 어느 선에선, 그러니까 잘못 표현하거나 거짓으로 말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선에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아닌 딱 그 경계에서. 하지만 그래도 난 기를 쓰고 침묵을 고수하는 사람들보다 그 경계에 부딪쳐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 경계를 허물고 표현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더 좋아. 어쨌든 나한텐 그 사람들이 더 나아 보여."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中, 마르그리트 뒤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