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왜 표현해야 되는데

by Iris K HYUN

예민한 기질, 나약한 신경, 과열된 감수성, 그리고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같이 자연스러운 것들을 세상은 부정적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화내고 조급해하면 우리는 불면에 시달리고, 살이 빠지고 입맛도 없어지며 우울증에 걸릴 것입니다. 두려움은 몸과 희망의 모든 힘을 산산조각 내니까요.

반면 자신을 믿는다면 용기가 생기고, 위기는 자기 신념을 매력적인 형태로 바꿀 것이며, 상상력은 그 사람을 모험가가 되게 할 것입니다.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어려움을 정복하려는 열망은 젊은이의 대담함처럼 용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용기는 위기에 신중하게 맞서는 정신적인 상태이고 자연의 아들이 가진 첫 번째 미덕입니다. 에곤 실레의 편지 중 일부





제주에 있으면 왜 그런지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 집 보겠다는 사람들(-새로 마련한 곳으로 곧 이사를 가기에 현재 집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고 있음-)이 왔다 갔는데 그게 무슨 몇 주 전에 일어난 일처럼 알싸하게 먼 느낌이고 되려 몇 주 전에 봤던 사람들이 본지 얼마 안 된 거 같은 거다. 게다가 지난 몇 년 간 싸돌아 다닌 곳들은 어디가 먼저였는지 온통 뒤죽박죽 섞여버렸다. 마치 내가 쓴 그 소설처럼. 뭐야 하도 멍을 때려서 그런가.. 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거야.. 싶다가 뭐가 먼저였으면 어때 해 버렸다.



우연히 펴 본 책에서나 또 우연히 듣는 음악에서 '뭐지. 이 사람 내가 하고 싶은 소릴 하고 있어.' 하는 경험 다들 있으실 거다. 요즘 난 거의 매일 겪는 그 우연의 싱크로율이 굉장히 잘 맞아서 참 재밌기도 하고 나 같은 인간이 또 있다니 하며 위안도 되고 그렇다.

언제인가 한 친구가 그랬다. 위대한 창조가와 일반인의 차이가 뭔지 아냐고. 자신을 파괴할 만한 고통이 있다고 치면, 전자는 그걸 어떻게든 표현했고 후자는 그게 자신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넌 잘 표현하고 있냐고. 그러니 그 친구는 웃으면서 본인은 파괴도 하고 창조도 한다고 했다. 그렇담 난 잘 안 되는데 넌 어떻게 하니 물었다. 그냥 하는데. 이 친구는 장난치는 거처럼 속 편한 소릴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차피 내 이야기인데 내가 제일 잘하겠지. 언젠가는.' 그리고 나보고는 넌 술이나 더 마시라고... 했다.

난 짜증 나서 술을 벌컥벌컥 마셨고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니깐은 내 이야기를 왜 표현해야 되는데?

친구는 그랬다. 어차피 죽을 건데 넌 왜 태어났어?

그렇다. 괜히 물어봤다.



오늘 우연히 들른 곳에서 에곤 실레의 그림이랑 그가 쓴 편지를 뒤적이다가 이 한 줄에 머리가 쭈뼛했다.


나는 사람들이 내 ‘살아 있는’ 예술을 보는 순간 공포에 휩싸이도록 먼 곳까지 갈 것이다.


에곤 실레, 연인들 1909




그의 고통은 더 이상 혼자 만의 것이 아니었다.




https://youtu.be/uAyZZLL3faY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툭툭 살다보면은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리라고 믿어요

이 밤에 아무 미련이 없어 난

깊은 잠에 들어요

어떤 꿈을 꿨는지 들려줄 날 오겠지요

들어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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