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다름의 차이가 만드는 조화

by Iris K HYUN


구어에는 그 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신진대사가 있다. 마치 어떤 여행자가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갑자기 방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낯선 음악 소리 같은 것 말이다.

부다페스트, 시쿠 부아르키


호근동 티그래퍼 댕댕이





우리는 익숙한 게 좋고 편하다. 나와 다른 것은 종종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고 그래서 싫다. 자신이 경험한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에는 괜한 두려움이 먼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자주 '그건 잘 못 된 것'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그런데 그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 어떤 사람 혹은 환경이 나를 자극하기에 모든 것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거기에 반응하는 내가 있다. 내가 그 감정을 만들고 증폭시키고 가라앉히고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것이다. 헌데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것은 결코 잘 못되지 않았다. 우리가 무슨 로봇도 아니고 매뉴얼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반응만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 거고 슬프면 슬픈 거고 흥분되면 흥분되는 것이고 좌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들면 그런 것이다. 소위 나쁜 감정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억누르고 미워할 것이 아니라 그걸 느낄 만큼 느끼고 나면 어차피 사라진다. 이제는 남 탓을 덜하고 그것에 반응을 하는 나를 주목하게 된다. 나는 그것에 왜 그토록 반응하는 것인가 하고. 몇 년 전에 만났더라면 완전 똘아이구나 했을 사람이 내 경험치가 변한 지금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예전 같으면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했을 공간이 내게 가장 적절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걸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소리에 적용해 보아도 비슷하다. 안 들어도 될 걸 굳이 집요하게 들어서 스스로 고통을 창조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고 있다. 납득이 좀 된다. 마치 티핑포인트처럼 지금까지 경험하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겹쳐지고 쌓여 있다가 약간의 자극에도 나름 통합되는 것 같다. 지금 집을 찾기까지 제주에서 세 번 집을 옮겨 다녔는데 각종 소음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첫 번째 집에서는 저주파, 두 번째 집에서는 고주파, 그리고 백색소음마저 없이 외부가 절간처럼 고요한(새소리만 다양한) 이 집에서는 실내 진동음이 입체 서라운드로 잘 감지가 된다.


그렇게 싫다고 난리를 칠 때 보이지 않던 것이 그게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하는 소중한 경험치가 된 거다. 그래서 (-잔인한 소리 같지만-) 고통도 실체를 마주 보고 '완전히 잘 느끼기'를 거치면 나가떨어져 죽거나 새로운 세계를 보거나 둘 중의 하나는 되지 싶다.


소리에도 하모니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싱잉볼을 칠 때도 하모니가 있고 그렇지 않은 울림이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신경을 각성시키고 화음에서 받는 것과 또 다른 자극을 불러일으키기에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최근에 가믈란 음악을 접했는데 우리가 장조와 선율이 있는 관현악기에서 느끼는 것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처음엔 뭐지 싶을 정도로 조화롭게 들리지 않았는데 한참 듣다 보니 조화롭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다 따로 떨어진 섬 같지만 사실 수면 밑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는 거라고. 표면으로 드러난 그 모습이 해당 환경에 닳고 영향을 받아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본질은 어차피 다 같은 것이라고.


얼마 전에 소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접했는데 큰 영감을 받았다. 심지어 물고기, 개구리, 박쥐에게서도. 거기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표현' 프로그램을 조금씩 만들어 보고 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분들로부터의 배움과 피드백도 받으면서. 우리는 들을 수 있기에 소리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운드를 들으면서 경험하는 힐링을 넘어서 우리가 자신의 소리를 해석하고 실제 만들어내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작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생명체들이 합창에 참여할수록 아주 흥미로운 일이 지구에서 벌어졌다. 즉, 지구의 소리가 달라진 것이다. 둔탁한 충돌과 산사태, 거친 모래바람, 폭풍의 백색 잡음이 있던 지구에서 생명체들은 의도적이고 ‘조화로운’ 소리들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음색이 있고 정돈되어 있으며 의미로 가득 찬 소리였다. 우리 지구에 생명이 출현함으로써 땅과 바다와 하늘의 진동 에너지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소리의 과학(Universal Sense), Seth S. Horwitz




https://youtu.be/fudPyivuf6g

예상치 못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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