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길 수 있는 당신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나의 영혼은 신비로운 오케스트라이다. 그러나 나는 내 안에서 어떤 악기를 불고 어떤 악기를 끼익 끼익 소리 내야 할지 모르겠다. 줄과 하프, 팀바레스와 드럼. 나 자신은 마치 교향곡 같다.
불안의 책(Livro do Desassossego), 페르난두 페소아
인생의 최고의 선물은 나 자신에게 나를 탐구하고 세상을 제대로 느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건 나를 진정 믿어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당신은 자신에게 그럴 기회를 줄 수 있는가?
어린 시절 누군가 하고 많은 악기 중에 플룻을 내 손에 쥐어줬다고 해보자. 내 흥미와 재능을 고려하여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그걸 준 사람에게 고마워서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밤낮으로 열심히 불어댔으나 숨이 짧아서 잘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즐겁지도 않고, 내 한계만 크게 보인다. 깨끗한 소리를 내는 다른 사람이 부럽고 더 잘하지 못하는 내가 짜증 난다. 그래도 학창 시절 내내 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긴 뭘 해 하는 심정이니 다른 걸 볼 의지도 용기도 없다. 짧은 숨이 원망스럽다 보니 그것에 집착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부족한 나로 살아남기, 버티기에 돌입한다. 내 기다란 손가락으로 잘할 수 있는 그 수많은 악기들을 알지 못하는 거다. 경험하지 않았으니 다른 세계를 결코 알 수 없을 수밖에. 진정 버티는 삶만이 내게 허락된 건가. 그 허가를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가.
인생에서 나의 도구를 찾을 수 있다면, 세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방식대로 두려움 없이 잘 놀다 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생은 나의 본질과 다른 것들을 통해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걸 뚜렷이 보는 훈련을 하는 무대 같다. 그래서 종국에는 내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걸 발견하고 참 잘 배웠네 하고 후련하게 떠날 수 있게. 점점 덜 두려워지고 가끔 찾아오는 우울조차 반갑다.
포르투갈에서 한 달 여쯤 머물렀는데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와 파두(Fado) 일 거다. 신경쇠약 환자처럼 생긴 페소아의 얼굴과 그의 책은 가는 장소마다 지겹도록 있었고 파두는 그 당시 출렁이는 내 감정의 파도처럼 나를 아무렇게나 휘젓고 왔다 갔다 했다. 특히 페소아가 쓴 '불안의 책'은 도라도레스 거리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회계사(화자)의 일기 치고는 참으로 감각적이며 자유롭고 풍성하다. 어찌나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잘 느끼는지.. 사물과 타인에 대한 경계마저 사라진 것 같다. 좁은 책상머리에 앉아 비슷한 일을 하지만 그의 영혼은 온 세상을 날아다니는 듯 끝을 모르는 우주처럼 광대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두 가지가 내겐 대단히 큰 위로였고 말 없는 바닷소리에 지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재미였던 것 같다.
불현듯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오늘처럼 나는 도시 위로 빛나는 아침을 보고 있었다. 그때 도시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빛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인생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을 보고 기뻤다. 허나 오늘 나는 아침을 보고 기쁘면서도 슬프다. 어린아이는 남아 있지만, 말이 없다. 어린 시절 보았던 것처럼 보고 있지만, 나는 보는 동안에도 눈 뒤로 나를 본다. 바로 그때 해가 나를 가리고, 나뭇잎들은 생기를 잃으며, 꽃들은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다. 그렇다, 나도 옛날에는 이곳의 일부였다. 그러나 오늘 모든 풍경은 또다시 새롭고 이국적이며, 보이는 방식에 따라서 주인이기도 하고 손님이며,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모르는 이방인이며, 나보다 나이가 많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보았다. 심지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니와, 앞으로도 결코 보지 못할 것까지 말이다.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