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난 어디에 소속되어 있나?

그게 나를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by Iris K HYUN





당신은 진정으로 어디에서 소속감을 갖는가?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종교, 직장, 각종 사회 모임 등에서 형성된 연.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며 그 속에서 우리는 한 운명공동체라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 집단이 곧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며 그곳에 소속된 자신을 되게 괜찮은 격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이 이런 것들이 한 개인을 설명하는 중대한 판단 기준이 되어서 단지 어디 소속이라는, 어디 출신이라는 이유로 금세 친밀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저 사람은 상대할 사람이 못 돼 라고 지레 판단하고 선을 긋기도 한다. 그 동네 살았어? 그 학교 나왔어? 교회 다녀? 00에 근무해? 그 모임 나 거기 00 기수잖아. 예를 들면 이런. 그게 뭐 잘 못 되었다는 건 아니고 나는 그 집단에서 진심으로 소속감을 느낀 적이 있나 생각해봤다.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노력했지만, 그런 척했지만 솔직히 나의 영혼은 늘 어딘가에 둥 떠 있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남들이 좋다고 우르르 가니까 우왕좌왕 얼레벌레 따라가는 꼴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니 그 집단에서 타인이 인정해주면 내가 가치 있어 보이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런 거지.





# 위 영상에 대한 첨언 : 쿠바 있을 때 여기 공연단 사람들을 알게 되어 그 무리에 섞여 며칠 다닌 적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친구로부터 시작된 기묘한 연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확대되었는데 별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잘 어울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이 무리에 연대의식? 내지는 소속감을 느꼈다.

보라색 망사에 월계관?을 쓰고 죽는 연기를 하는 친구가 날 여기에 초대했는데 처음 보는 그들의 공연은 꽤 흥미진진했다. 매소드 연기(쓰러진 후에도 미세하게 계속 꿈틀대고 있음)를 한동안 선보이는 그를 보며 난 아직 살아있네.. 그랬다. 그러니 옆 자리에 누군가가 그러는 거다. "쟤 완전히 죽고 나면 부활할 거야." 잠시 후 보란 듯이 부활해서 미친 듯 춤을 췄다. 정말 미친 거 아닐까 싶게 춤을 췄다. 거대한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주변이 그 광기의 에너지로 뒤덮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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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살면서 요 근래 들어 한때 내가 속했던 집단 출신의(-혹은 속해있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그랬다. 나도 그 학교 나왔는데. 나 그 동네 오래 살았는데. 나 거기 성당 다녔어. 이런 식으로. 심지어 춤 배우러 갔는데 내가 논문 학기에 일했던 기관에 현재 다니시는 분을 보기도 했다(-그곳은 내가 인턴으로 있던 그 시기 제주 이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번 집 계약하러 간 부동산에 사장님 내외도 서울에서 나와 같은 동네에 오래 사셨는데 비슷한 또래의 자녀분들이 있어서인지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더 궁금해하셨고 호구조사를 심도 있게 하셨다. 그런데 예전처럼 반갑지가 않은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는 반가운데 그 소속이라서 딱히 더 애착이 간다거나 그런 느낌들이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원래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분과 대화를 하는데 그분은 말씀하실 때마다 '내 사람'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쓰셨다. '그 사람들 진짜 내 사람들이야. 내 사람들은 내가 각별히 신경 써. 기도할 때 빼먹지 않는다고.' 계속 듣다 보니 나는 그분의 '내 사람'에 속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분에게서 '내 사람'을 제외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현재 그야말로 무소속인데 소속이라고 말할 게 있던 시기보다 희한하게 기운은 더 있다. 화려한 수식이 없어도 그저 나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좋다. 왜 그런지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때도 눈은 분명히 뜨고 다녔을 건데 렌즈에 뭐가 낀 거처럼 자주 뿌옜다. 느리지만 내가 손을 대고 있는 모든 것이 진짜 내 손가락으로 힘을 꾹꾹 주어 모양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의 작은 성취에도 스스로 칭찬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을 그런 감탄과 칭찬을 나에게 남발한다. 남들이 인정하고 말고 가 무언가를 결정하고 하는데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다.



소속감을 잘 못 느껴서 되려 더 많은 집단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속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흰색이면 좋겠다. 다른 색이 와도 그 색을 받아서 이리저리 재밌게 변할 수 있게. 누구는 흰색마저 빼서 투명이 되고 싶다는데 그럼 난 세상 사는 게 재미없어서 자꾸 어딘가로 떠나려고 할 거 같으니 이왕이면 색은 있는 걸로 하겠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한 때 싫은지 어쩐지도 모르고 속했던 모든 집단도 나랑 어울리지 않은 옷이었어 어쩌고 저쩌고 할 일은 아니었다. 그걸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걸 또렷이 보게 했으니까.




페인트 칠하는 거 재미내서 별별거 다 칠해보고 있다. 네버엔딩 페인팅ㅎㅎ




#커버 사진 : Cuba, 2018. 10.



https://youtu.be/d_HlPboLR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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