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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가장 잘 느껴질 때

by Iris K HYUN



빛만 보이던 순간이 있었다.

주변에 분명히 소리가 있을 건데

그게 다 사라진 진공의 느낌

거기서 빛만 유일한 실체처럼 보였다.




그 하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날 장례식장을 나왔을 때

그랬다.

주변이 분명 시끄러울 텐데

이상하게 뮤트 상태.

햇빛이 정말 눈부셨다.

순간이지만 찬란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납골당에 엄마 자리를 정하러 가는 임무를 맡았다.

삼성병원에서 합정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기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노래도 안 나왔다.

나왔는데 안 들렸을 수도 있고.

가는 내내 햇빛이 얼굴을 덮고 왔다 갔다 움직였다.

아름다웠다.


어디로 해야 하지.

아무 데나 해도 똑같아.

다 괜찮아.


다시 주변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또 하나는

제주에 있을 때

동네 빨래방에 건조기를 돌려놓고

고깃집 앞 나무 벤치에 앉아

놀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머리 위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내 시야 바로 앞에는 아이가 타다가 둔 붕붕카가 있었다.


바람이 살살 불고 꽃잎이 흩날려서

붕붕카 위로 떨어졌다.

햇살도.

눈부셨다.

주변 소음을 햇살이 다 먹은 것처럼 고요했다.


나 계속 써야 하나.

아무렇게나 해도 똑같아.

다 괜찮아.



소설을 완성했다.

몇 번이고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글들은

갈 길 몰라 방황하다

하와이 여정 이후

답을 얻었다.

돌고 도는 이야기들이

제 집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거기가 니집 맞아?

응. 아님 말고.


하와이가 문을 닫을 힘을 주었고

서울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아무렇게나 써도 똑같아.

니가 하려는 이야기.

그거면 돼.




하와이는 비도 강렬하게 오는 만큼 무지개도 시원스럽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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