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월드 Bubble World (2)
> 고양이의 꿈 6 <
버블 월드 Bubble World
한 여자가 어디선가 아주 큰 뜰채를 가져오더니 내 얼굴 앞에다가 대고 후- 불어. 후- 하는 바람 소리가 여자의 숨결이랑 함께 느껴졌어. 그 사람은 나의 엄마인가 봐. 아주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야. 비눗방울처럼 아주 큰 막이 거짓말처럼 점점 부풀더니 내 몸의 곱절보다 더 커졌는데 성인 장정이 두엇 들어갈 정도만큼이나 되는 거야. 나랑 엄마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그 안에 쏙 들어갔는데 그게 터지지도 않고 우리를 안전하게 감쌌어. 참 신기하지. 밖에서 볼 땐 그저 평범한 투명막 같았는데 안쪽에서 바라보니 색에 더해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하는 거야.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예뻤어. 그곳에서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서 평생 갇혀 있어도 좋겠다고 느꼈거든.
어찌나 신이 나는지 온 힘을 다해 이리저리 방향 없이 방방 뛰었는데 그 비눗방울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같이 꿈틀거렸어. 살아있는 유기체의 몸속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안을 자유롭게 떠다녔어. 거긴 소리가 있는 세상이야. 귀로 들리는 소리 말이야. 내가 움직일 때마다 반응하는 소리가 있어. 어찌나 즉각적인지 몰라. 그 소리는 눈을 감아도 들려. 다행히 익숙해지고 있어. 처음보다 한결 편해.
문득 옆을 보니 정말 큰 거품 집이 있어. 무슨 성이나 대저택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 우리 집에 두 배는 더 되어 보여. 거기 장인은 어찌나 공을 들였는지 반경 1km 내에서는 단연 최고일 거야. 특대 사이즈만 놀라운 게 아니야. 그건 멀리까지 이동해도 깨지지 않는 최첨단 성능을 탑재했나 봐. 그녀는 거품 연구에 자신의 삶을 통째로 건 듯했어. 그 거품은 루비처럼 아름다운 붉은빛을 사방으로 발산하고 있어. 아주 화려하고 튼튼해 보여. 세상을 해석해 주는 다정한 소리 가능은 당연히 탑재되어 있어. 아이의 모든 움직임에 예외가 없어.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소리를 끄는 기능은 없는 듯해. 거품 장인은 자신의 모든 사랑을 그 안에 쏟은 것 같았어. 진이 빠진 얼굴일 때마저도 자부심이 느껴졌어. 덕분에 아이는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아이가 멀리까지 가서 본 세상은 모두 붉은색이었어.
나의 집에서 보는 세상은 푸른색이야. 바다색 위로 빛이 부서지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다른 사람들도 그걸 볼 거라고 생각해. 내가 보는 그 푸른색. 처음엔 엄마도 거품이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아. 거품 장인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자신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생명체가 그 안에서 꼬물거려. 언제 그런 경험을 해봤겠어. 세상에 좋은 건 다 주고 싶었지. 웃는 아이를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버블은 사랑으로 튼튼해졌어. 멋진 거품 집을 유지하려면 계속 신선한 재료를 만들어서 불어줘야 해. 역시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야.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장인들은 레시피를 처음만큼 들여다보지는 않아. 사실 보지 않고도 얼마든 요리할 수 있으니까. 자신이 무얼 집어넣는지 의식하지 않고도 간을 맞추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집집마다 다르지만 아이에게 최고의 맛이지. 아이는 그렇게 느껴.
맛의 비밀 알려 줄까?
거품 장인을 보면서 배운 걸 공개할 때가 왔어. 나도 꿈에서 배운 거니까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어. 그지. 꿈인데 뭐가 중요하겠어.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좋은 걸 넣어도 맛은 같아. 마지막에 넣는 ‘감정 한 스푼’에 따라 맛이 결정되거든. 그건 엄마가 ‘자신에 대해 느끼는 모든 감정’이야. 아이 말고 엄마 자신. 아이는 그걸 먹는 거야. 그 맛이 아이의 세상이야.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