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섬의 기억_고양이의 꿈 6

버블 월드 Bubble World (1)

by Iris K HYUN


> 고양이의 꿈 6 <


버블 월드 Bubble World





꿈이라는 걸 알겠어. 이번엔 더 말도 안 되니까.

난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무엇이기도 했어. 형태가 없는데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은 있거든. 게임 모니터 쳐다보고 있는 거 같아. 내가 가는 곳마다 길이 생기고 새로운 건물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튀어나오고 뭐 그런 거야. 더 특이한 건 문을 열 때마다 다른 세상이 나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 나온다고. 평범한 거실인데 문을 열면 바로 고속도로야. 고속도로 끝에 문을 당기면 문명의 흔적이 지워진 정글 숲이 나오고 또 다른 문을 열면 위스키 바가 나와. 뭐 이런 식이야.


시간의 개념도 뒤죽박죽이야. 위스키 잔을 든 헤밍웨이가 뒤집어진 보트 위에 서서 싸이한테 사인을 받고 있더라고. 싸이는 DMZ에서 콘서트가 있다면서 말춤을 추다가 더운지 바다에 풍덩 뛰어들었는데 인어로 변했어. 인어는 뭍으로 나와 허리 아래로 입은 꼬리 옷을 스윽 벗고 두 다리로 껑충껑충 걷더니 하늘에서 내려온 버블 모양의 차를 탔어. 하늘에는 거품 차가 아주 많아.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어. 손을 뻗어 휘저어대고 뭐 이럴 필요도 없어. 생각을 하고 있으면 코앞까지 와. 거북이도 물개도 돌고래도 그걸 하나씩 잡아탔어.


흙은 좀 털고 타라고.


돌고래가 물개에게 말해. 거북이는 등껍질 때문에 거품 차 문이 반쯤 열린 채로 가고 있어. 가끔 날다가 지친 새들이 그 위에 무임승차를 하기도 해. 구름 사이로 DMZ 무대를 보았는데 꽃밭 한가운데 있더라고.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뢰가 온통 터져서 꽃이 된 걸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난 다시 땅으로 떨어졌어. 어찌나 급하게 떨어졌는지 땅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오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









사람들은 저마다 버블 옷을 입고 있어.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아. 그들은 버블을 볼 수 없어. 자신이 입고 있는 건 더욱 알 수가 없어. 색도 어찌나 다양한지. 전부 다 달라. 지금으로선 색색의 버블 옷이 없는 세상은 어떤 느낌일지 도무지 상상해 볼 수 없어. 상상하면 지루해져서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안경처럼 벗을 수는 없는 건가. 음, 아까 본 거품 차랑은 달라. 한번 입으면 쉽게 벗을 수가 없어. 입었던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라도 걸리지 않는 한 그게 정체성이니까.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사람이라면 벗기가 더 어려울 거야. 또렷한 세상이 사라진 느낌이겠지. 눈이라도 뽑아낸 것처럼 두려울지도 몰라.


서로 다른 색의 버블은 같은 공간에서 섞일 수 없는 존재처럼 다녀.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안으면 자신의 버블 옷이 터져 버릴 것 같으니까. 세상이 무너지는 거잖아. 그래서 비슷한 색깔의 버블을 찾아다니나 봐. 굳이 꽉 껴안지 않아도 대체로 편하니까. 비슷한 색으로 보는 세상을 공유하는 거니까. 존재만으로 서로의 세상을 지탱해 주지. 아. 저기에 청록색 문이 보여.

우으으으.....문을 열기도 전에 몸이 그 안으로 쑤욱 들어가져.



00거품 마을00 입장합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품 장인들이 모인 곳이야. 남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여자들이 죽 둘러앉아서 자신의 레시피로 거품을 만들고 있어. 전통 레시피를 고집하는 이도 있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뭐 이거저거 좋은 거는 다 집어넣는 것 같았어. 인생 최대의 과업처럼 보여서 그 분위기에 그만 숙연해질 정도였지머야. 남자들이 한둘 와서 문틈에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데 파리 쫓듯 내치며 몰두하는 여자도 있어. 그 여자는 남자의 솜씨가 영 못 미더운가 봐. 거품 만드는 게 뭐 대단한 공식이 있나. 나는 중얼거리며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았어.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소설 속에 모든 사진은 제가 어디선가 찍었던 것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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