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억하다 +1+
안필섭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쳐다본 지 꽤 되었습니다. 제가 인생에서 가장 열정을 담아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번엔 시즌 3로 부제가 있습니다.
'Remember the Future (미래를 기억하다)' 입니다.
눈이 바라보는 미래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 가능성의 세계를 지금처럼 바라보아요. 그리고 눈을 마음에 담아 시를 적어 보냅니다. 그들의 우주를 여행하지만 제 안을 여행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우연히 만난 눈 속에는 언제나 제가 들어있었으니까요. 그 순간을 제 언어로 가장 빛나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순간의 저의 최선을 담고요. 그 즉흥적 순간이 언젠가 시처럼 들리길 희망합니다.
저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눈에서 필연의 보석을 보시길 바라며 마음으로 전합니다. 당신의 눈에서 순간의 불멸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크게 울리길 바라며.
아주 오래전
이미 쏘았던
그 화살을
지금처럼 본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다
활시위를 당기던 그때
하얀 도포 자락의
오랜 기억은
고요하게 말했다
잘하고 있다
멈추지 마라
과녁을 향한
사심 없는 맑은 빛에
모든 사람들이
쉬운 마음이 되어
함께 일렁이었다
++++
'눈'을 들여다본 지 꽤 되었습니다.
이걸 왜 하는 거야? 뭐 하는데 쓰려고? 하는 질문들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는데
이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사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제 지인은 또 뭐 그렇게까지 비장할 거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눈을 잘 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눈을 보면서 과거 이야기를 주로 들었지만
제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눈이 한계 없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던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에서 말도 안 되는 그 지점을 감히 기쁘게 볼 때 그 순간이요.
그게 가능하다면 반짝반짝 빛나던 그 눈을 어떻게든 담고 싶습니다.
과거로부터 펼친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에서 펼쳐 본 지금은 언제나 조금 더 여유가 있었거든요.
역설적으로 지금을 충실히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요.
이번에 바라본 눈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점(활을 쏘고 있는 자신, 그리고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 어우러짐)을 떠올리시곤 지금의 자신에게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잘하고 있다. 멈추지 마라.
앞으로 이곳에는 눈의 '인터뷰 과정'은 쓰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눈이 얼마나 특별한지,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만난 눈은 다 특별하고 귀했으니까요. 질문을 뭘 했는지도 기록하지 않아요. (매번 즉흥적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름은 여쭤보아요) 인터뷰는 그분이 '그날 선택한 색과 필체'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그 눈을 마음에 담아 제 언어로 표현할 거예요. 그것이 '시'가 되길 희망합니다. 모든 것은 즉흥입니다. 이분의 인터뷰는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고요한 빛으로 강렬해서 꼭 담고 싶었습니다. 즉흥 인터뷰를 선뜻 허락해 주신 안필섭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눈 시리즈 제3탄 <Remeber the future>의 새장을 열어주셨습니다.
++
안필섭, 철학박사, 범어 학교 교장
(눈 인터뷰이를 소개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데요. '눈의 빛을 보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초기의 취지를 흐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매우 간략하게 '사회적 신분'?을 밝히려고 해요. 하지만 인터뷰이가 원하는 소개(참고 링크 포함)가 있으실 경우 그 어떤 것도 기쁘게 받아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담
이 인터뷰를 하고 자리를 옮겨 함양으로 갔는데요. 우연인지 어쩐지 거기서 활을 쏘는 멋진 분들을 뵈었습니다. (요즘 글과 현실의 싱크로율 엄청납니다.) 인터뷰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분들인데요. 다들 꼿꼿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활을 당기시는데 얼마나 멋지던지요. 빛이 나는 여사수 님도 보았네요. 저도 사순이(사수자리 캐릭터)인데요. >.< 커버사진은 거기서 본 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