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
세상을 다니며 사람들의 눈을 쳐다본 지 꽤 되었습니다. 제가 인생에서 가장 열정을 담아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번엔 시즌 3로 부제가 있습니다.
'Remember the Future (미래를 기억하다)' 입니다.
눈이 바라보는 미래를 함께 바라봅니다. 그 가능성의 세계를 지금처럼 바라보아요. 그리고 눈을 마음에 담아 시를 적어 보냅니다. 그들의 우주를 여행하지만 제 안을 여행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우연히 만난 눈 속에는 언제나 제가 들어있었으니까요. 그 순간을 제 언어로 가장 빛나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순간의 저의 최선을 담고요. 그 즉흥적 순간이 언젠가 시처럼 들리길 희망합니다.
저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내드리는 눈에서 필연의 보석을 보시길 바라며 마음으로 전합니다. 당신의 눈에서 순간의 불멸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크게 울리길 바라며.
이전 인터뷰에서 '눈'은 활을 쏘는 사람을 떠올리셨는데 바로 보았네요.
아주 어릴 때
얼굴에 붉은 점
이름이 되었다
일찍이 사라진
여전히 남은 점
스무 살에 읽은
사라하의 노래
미래를 보았다
시장 구석진 곳
활을 만드는 할머니
도력을 갖춘 그분은
해를 등에 지고
고요한 얼굴로
호박을 팔지도 모른다
고요한 달빛을
동경한 그녀는
붉은 해를 닮았다
묵묵한 걸음
반복된 수련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
비교할 상대는
없었다
온몸으로 만든 앎
그녀의 삶
해가 드는 마루에
쉽게 누워있을 것 같지 않다
호박을 파시겠다는 할머니
말도 안 되게
커다란 호박
그걸 둘로 쪼개는 법을
알려주고 있을 것 같다
그 할머니는
시장이 아니라
광장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쩌렁쩌렁
울리는 그 목소리
'홍'이면 충분했다
나는 내 이름을 살았어
++++++++
이홍 님은 검도관장(대한민국 두 번째 여자 7단)이 본캐이지만 부캐가 워낙 많으세요. 종합 무.예.인이라고 하겠습니다. 브런치에는 @달빛검객으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인터뷰하면서 뭔가 저희 외할머니가 생각나더라고요. 제 주변에는 달빛의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태양빛을 가진 분들을 뵙게 되네요. 어떤 할머니가 될 것인가. 스스로 한 그 질문을 한동안 곱씹으셨는데 눈을 보며 글을 적다 보니 사라하의 할머니를 잊고 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홍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에 저도 움직이게 되네요. 이 말을 하실 때 이홍 할머니의 눈은 지금보다 힘이 빠질 것이나 더 반짝 빛날 것 같습니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라.
할 수 있을 때 해라.
갈 수 있을 때 가고.
+커버사진; 달빛검객의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