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 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현 Oct 21. 2024

나의 이야기를 본다는 것

어렵다

어제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을 봤다. 

필름포럼에서 하는 영화제에 표가 생겨서 것이다. 당첨되고 보니 기독교 영화제에서 주관한 폐막작이었다.


영화에서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신이 있냐 없냐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유년기와 과거의 삶의 조각이 중간중간 끼어들어 또 이야기한다. 

그렇게나 치열하게 이야기하는데 한참 듣다 보니 신이 있나 없나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얼 믿고 있는가. 가 그들의 삶을 끌고 나간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 속 인물을 곧잘 해석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은 두려워한다는 것. 을 보았다.

신이 있다고 믿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루이스, 수많은 환자들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지만 자신의 것을 바로 보지 못하는 프로이트, 자신의 이야기 속 인물을 직시하는 것은 이토록 힘든 것인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즈음에 안나(프로이트의 딸)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뭔가 영화 내내 프로이트의 약을 구하러 동분서주하다가 아주 또렷한 눈빛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소파에 앉은 모습,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하려고 앉은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영화 속에서 프로이트가 루이스에게 건넨 책에 써준 말이다. 



우리는 오류를 오가면서 온전한 진실을 발견한다.




영화가 끝나고 주최 측에서 포스터를 나눠주는데 루이스 것만 서로 다른 버전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애초에 프로이트는 없었던 것인지 동이 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슴이 들어있는 있는 모자를 쓴 루이스 버전을 고르긴 했지만 마지막 눈빛의 안나가 있었으면 안나를 선택했을 거다.  







영화를 본 곳 아주 근처에 내가 수업을 듣던 대학원 건물이 있다. 오랜만에 거길 걸었다. 그때 애써서 내가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들이 뭐였나 보다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게 답답했다. 아주 에너지가 많던 그 청춘이 별안간 기력을 다한 듯 패잔병처럼 널브러져 있다. 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는 그 이야기는 남이 쓰는 것처럼 어딘가 힘이 나지 않았다. 이 여자를 제대로 읽으려면 무엇부터 봐야 했을까.


욕조에 자꾸 들어가려고 애쓰는 여인네.. 를 담은 영상을 편집 중이다. 이 여자는 왜 자꾸 욕조에 들어가려고 하지? 질문을 하면서. 




몇 주전에 본 장 뤽 고다르 감독의 국외자들, 보통 영화의 주인공과 그 서사에 훅 빠져 보는데 뭔가 오랜만에 보는 이 영화는 영화인 줄 알고 노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일부러 백치미를 내뿜는 것 같은 여주와 사기꾼 두 남자는 이래 볼까, 저래볼까 하면서 즉흥적으로 신을 만들었을 것만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