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눈
오늘은 말의 눈을 담았어요.
강진에서 말의 시선을 상상하며 쓴 이십 대 작가님의 글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해당글은 강진 스테이 돌담빌리지 프로그램, 문화예술 청년 프리랜서를 위한 캠프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제주에서 배를 타고 강진으로 건너온 말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들이 보는 그곳은 어땠을까. 아래 '마량'이라는 공간은 고향을 떠나온 말의 마음이 드러나는 시간이에요. 누군가의 그리움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이 전해져서 겨울이지만 외려 따뜻한 느낌입니다. 저도 글에서 제 안의 그리움을 열어볼 수 있었거든요. 깜깜한 밤이지만 말의 미래가 이미 존재하는 별처럼 총총 빛나고 있는 것 같고요.
마량
최현수 작가+
차디찬 겨울밤
깜깜한 화산석 돌담 위로
어멍* 생각이 하얗게 내려앉는다
애월이 파도치는 갈기
억센 갈대 꼬리
오름처럼 곡진 등
먹먹하게 까만 눈
탐라에선 저슬*이 무언지도 몰랐지
똣똣한 어멍 품이 내 세상 전부였지
그리움에 목구멍이 콱 막혀
마른 풀만 겨우 삼켜 내리고
고개를 들어 한양길 오르려는데
마량 하늘엔 온통 어멍이 총총 빛나고
*어멍: 어머니의 제주 방언
*저슬: 겨울의 제주 방언
아래는 제가 말을 탔던 하루의 세 가지 다른 버전이에요.
말 두 마리가 나란히 달려가요.
이들과 함께 본 풍경은 배경에 깐 음악에 따라 달라져요. 누가 틱톡을 보냈길래 저도 이거 저거 눌러보며 음악을 바꿔보니 그렇더라고요, 전혀 다른 하루가 펼쳐져요.
그러고 보면 말이 보는 시선과 내가 보는 시선이 겹쳐있어요.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아요.
오늘은 어떤 버전의 풍경을 보셨나요? 내일은요?
아래는 강진에서 본 한 어르신의 시예요. 제가 좋아서 찍어놓고 아쉽게도 작가분의 성함을 기록하지 못했네요. 아직 낙엽이 예뻐서 날이 차도 겨울이 오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겨울은 따뜻하세요!
+ 최현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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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영상의 말들은 이집트 말이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