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 2222-1
요원의 검지 끝이 방아쇠를 누르기 직전, 시스템의 경고등을 뚫고 여자의 목소리가 낮은 진동으로 울렸다. 그것은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소리였다.
"내 안에는 내가 살지 않았던 시간들이 살고 있어요. 당신의 도시가 지워버린, 기록되지 못한 자들의 비명 같은 것들 말이죠."
여자가 요원의 발 끝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요원의 망막에 흐르던 푸른 데이터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붉게 타올랐다.
[UNLOG_ERROR: 정체불명의 언어 감지]
그것은 시스템이 정립한 표준어가 아니었다. 어느 섬나라의 경계에서 제 이름을 부르지 못해 목구멍 안으로 삼켜야 했던 이들의 굴절된 언어였다.
"첫 번째 밤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이름조차 빌려 써야 했던, 현해탄의 짠물을 마시며 살아남은 한 여자의 슬픔을."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200년 전의 사막은 순식간에 잿빛 바다로 변했다. 요원의 총구가 서서히 바닥을 향했다. 그는 지금 시스템이 '노이즈'라 규정한 재일조선인의 시선을 수신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파수로 생성된 푸른 섬의 파동이 요원의 망막 위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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