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혀의 춤

현해탄 2222-2

by Iris K HYUN

요원의 망막에서 매끄럽게 흐르던 자막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상은 거대한 진동의 파편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비명과 파도 소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말소리들의 경계가 무너진다. 이제 여자의 말은 번역할 필요 없는 날것의 '에너지'로 흐른다. 이 모든 에너지가 담긴 바람소리가 몰아친다.




여자는 춤을 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조선이라는 뿌리로부터 잘려 나갔으나 일본이라는 대지에 접붙여지지 못한, 바다 위 공중에 붕 떠버린 육체가 중력을 이겨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VIBRATION ANALYSIS: DISSONANCE(불협화음) 99.8%]


별안간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뜬다. 99.8%.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이성의 임계점이다. 남은 0.2%는 요원이 스스로를 포기하고 저 요상한 고통의 심연으로 뛰어들어야만 채워질 영역일까. 도달해 본 적 없는 100%가 되면 몸에서 자동 레이저빔이라도 나오는 걸까. 요원은 실없는 생각이 들 만큼 당혹스럽다.

해석을 멈추고 '존재'해야만 닿을 수 있는 심연. 여자가 몸을 맡긴 저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는 일은 공포스럽다.


치솟은 왼쪽 어깨가 딱딱하게 굳는다. 밟지 못한 고향의 흙이 어깨 위에 쌓인 듯 무겁다. 발끝이 모래를 할퀴며 불안정한 원을 그릴 때마다 현해탄의 심해보다 깊은 '소속 없음'의 구멍이 파인다. 허공에서 비틀거리는 척추 마디마디에는 돌아갈 곳 없는 자의 절망이 화석처럼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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