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모른다
세컨드 웨이브①
세컨드 웨이브가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만약 2차 대유행(세컨드 웨이브)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예측한 포스트 코로나는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세컨드 웨이브 발생 시 올지 모를 미래 경제를 예측해본다.
■ ‘세컨드 웨이브’ 글 싣는 순서
① 잿빛 디스토피아.. 파괴된 세계경제
② 가난한 나라를 위한 백신은 없다
‘세계화’의 종말이 급속도로 진행되리란 것은 다수 경제학자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사실 코로나19 1차 대유행 이전부터 세계화 속도는 둔화되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내수중심 경제구조로 방향을 틀면서 저성장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영향으로 2019년 세계 상품교역은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0.1%로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유럽 채무위기와 함께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세계화의 퇴조는 세컨드 웨이브로 더욱 급격해질 수 있다.
“2015년 이후 전 세계 교역량은 감소해왔으며 성장세는 확실히 꺾였다. 이 흐름이 코로나19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산업의 확산과 더불어 독점이 강화될 것이다. 특히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의 독점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장 정체로 인한 국가의 역할이 이전보다 증대될 것이고, 선진국들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는 계속되고 저금리도 이어질 것이다. 국가가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들의 삶의 질이 좌우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원재 경제평론가겸 LAB2050 대표의 우울한 전망이다. 최근 유럽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탄소 국경세’(유럽에 수입되는 제품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한 시그널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후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등에 대해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일단은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처로 읽힌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민주당 및 유럽 내 자유주의 세력이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보호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우파 세력의 민족주의적 보호주의와는 형태가 다르지만 제조업 기반 국가에 대한 견제의 목적에는 부합한다.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또 다른 버전일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자유주의적 보호주의 강화를 위한 좋은 명분이다. 탄소 보호주의나 플라스틱세 등이 향후 도입될 경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와 중국 등은 보호무역주의의 피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민족주의적 보호주의보다 세련된 방식의 장벽(혹은 제재)은 환경 보호와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대의명분에 힘입어 우리의 경제를 더욱 거세게 옥죌 수 있다.
“예컨대 유럽에서 탄소 국경세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입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은 수입 시 세금을 더 많이 물게 하는 조치로, 즉 이른바 ‘탄소 보호주의’를 통해 제조업 국가들의 제품 수입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것이죠.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당시 ‘그린라운드’와 ‘블루라운드’가 회자된 바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선진국 중심으로 환경 및 노동조건을 명분으로 삼아 개발도상국의 제품을 수입하는데 벽을 세우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이후 선진국들은 조금씩 사회책임 기업들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제품에 세금을 무겁게 징수하는 규제를 강화해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과거보다 더 확실한 명분을 확보했습니다. 탄소 보호주의나 플라스틱세 등의 도입 논의를 통해 제조업을 주요 산업으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나 중국 등은 보호무역주의의 피해를 상당히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노동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나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노동 환경은 바뀌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 강화로 기업들은 과거 직접고용을 하던 것에서 플랫폼을 통해 단기로 일을 시키는 ‘긱노동(Gig work, 조각노동)’을 늘리고 있었다.
이러한 조각노동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이를 급격하게 끌어올린 계기가 바로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업들이 재택 및 원격 근무를 도입하고 이러한 업무 기술을 학습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직접고용 대신 사업 계약을 맺고 잠깐씩 일을 시키는 플랫폼 노동으로 대규모 전환을 진행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대량 해고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해고자들의 자리는 플랫폼 노동, 비정규직, 외주 하청 등 예전보다 느슨한 형태의 고용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히 노동자의 소득 안정성은 지금보다 하락하게 되겠죠.”(이원재)
이러한 추세는 더욱 빠르게 소득의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이미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서구 여러 국가에서는 소득불평등 현상이 심화될대로 심해진 상황이었다. 이원재 대표는 불평등의 양상을 ‘단극화’로 규정한다. 상위 30%에 소득이 집중되는데 그 비율이 더 좁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미국은 소득 상위 10%가 연간 국가 전체 소득 비중의 절반을 넘어선지 오래다. 세컨드 웨이브가 발생하면 상위 10%에서 상위 5%로, 다시 상위 1%로 점점 더 소득은 집중돼 갈 수 있다. 대다수 중산층 이하의 노동자들은 돈을 더 적게 벌고 불안정한 소득 아래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자영업자 비중은 또다른 복병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고 있듯 자영업들은 이미 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온라인 소비 패턴을 고려하면 상당한 자영업주가 소득이 줄고 실직 상태에 놓일 수 있죠. 이것이 우리사회의 단극화형 불평등을 가져오는 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세컨드 웨이브의 도래를 어떻게든 막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