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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Aug 25. 2022

조현병 이야기


조현병을 진단받은 이후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정착해 살아가는 이들의 비중은 전체 조현병 당사자 가운데 얼마나 될지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추정하지 못한다. 장애등록을 한 환자는 10만 명가량이지만, 실내 국내 조현병 환자의 수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복귀 현황은 아직까지 제대로 조사된 바 없다.


조현병은 100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정신질환이지만, 사회적 편견이 강해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발병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질환이다.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재활 노력과 인프라 확충은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장애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사회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도 크다. 때문에 많은 조현병 당사자들은 정신의료기관 등에 속해 살거나 일용직 및 공공일자리 등을 전전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조현병 당사자, 사회복지사, 의료인, 시민단체 관계자를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조현병 당사자가 처한 현실과 이들의 사회복귀 방안이었다. 


Q. 조현병 당사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논하기에 앞서 편견과 고립감부터 짚어보고 싶어요.


조현병 당사자B “군대 훈련소에 들어가 보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훈련소를 나온 후부터 정식으로 진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정확히 언제부터 병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발달 장애가 좀 있었는데 케어는 전혀 받지 못했어요. 스무살이 됐을 때 신체검사 자료를 내려고 병원을 다녔었는데 그 뒤로 계속 조현병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어요.”


조현병 당사자A “군 상병 때 조울증 진단을 받아 중간에 제대했다. 장애 진단은 그로부터 2~3년 뒤에 받았어요.”


Q. 가족이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을 때를 기억하세요?


당사자A “제 경우에는 동생이 그랬거든요(조현병). 동생이 발병했을 때엔 쇼크를 많이 받았어요. 동생이 확실히 일상적인 감각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느껴질 정도라 그게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조현병 치료 과정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었죠?


당사자A “전 자주 입원하진 않았어요. (약을 먹으면) 살이 많이 쪘어요. 살찌는 부작용이 없는 약(조현병 치료제)이라고 들었는데 계속 살이 엄청나게 찌더라고요.”


당사자B “애초에 마음이 건강하고, 생활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정신과에 찾아가지 않았겠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갔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오픈하고, 마음을 열고 행복하게 사는 적응을 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Q. 조현병 발병과 진단, 치료 과정, 가족과의 관계에서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뭐라고 보세요?


윤진웅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과 전문의 “첫째 질환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고립감이 있을 수 있어요. 조현병의 주요 증상은 양성 증상인 망상과 음성 증상이 있는데요. 망상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로 피해망상, 관계 망상이 나타납니다. 피해망상은 가족이 자신을 해치거나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관계 망상은 가족이 아닌, 모르는 사람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여기는 거죠. 이런 망상 자체로 인해 주위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음성 증상 중에는 사회적 위축이라는 것도 있어요. 이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외출을 안 하려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리게 됩니다. 이런 고유의 증상이 있기 때문에 질환 자체에서 발생하는 고립이 있을 텐데요.


두 번째는 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나 편견에 기인할 겁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게 되면 주변에서 당사자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그 가족들과 얽히는 것조차 피하려는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에서 발생하는 고립감이 있을 겁니다.”



Q. 당사자들은 과거에 편견이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당사자B “망상만 없으면 당사자들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잘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겪었던 차별은 스스로의 피해의식으로, 저만의 생각이지 남들이 정말 그럴 의도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건강하고 잘 하면 남들도 좋게 반응했을거예요.


과거에 전 좀 소심하고 움츠러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사가 지도를 해줄 때도 열등감을 느꼈죠. 나도 저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저들은 많이 누리는데 나는 못 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다 피해망상이었다고 봐요. 지금은 내가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당사자A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2인실을 배정 받았어요. 그런데 같은 병실의 사람들이 내가 정신질환 때문에 입원했단 사실을 알자마자 의사를 불러서 ‘이 환자 위험하지 않냐, 폭력적이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을 들었어요.”


Q.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당사자의 재활 의지나 사회 복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요?


이근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팀장 “당사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환자들 중 일부는 입원을 하면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비인격적으로 대한다든가 결정권을 전혀 주지 않는 병원들이 지금보다 많았어요. 이런 편견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취급이 내재화되면서 환자 스스로 자신에 대해 낙인을 찍게 되는 것이 문제를 야기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로 심한 좌절감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또 하나의 편견을 낳습니다. 자녀에게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든가, 부모가 스스로 고립을 택하고 주변 인간관계를 모두 단절시키는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이런 부모의 좌절과 혼돈도 당연히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사회의 편견은 말할 것도 없어요. 비장애인들이 이해해야 하는 정신장애인만의 한계가 있어요. 장시간 집중하기 어렵고, 타인과 적극적인 대인관계를 하며 교류하기 힘들다는 특징들이 그렇죠. 이런 특징에 대한 배려나 이해 없이 ‘정신장애인이니까 못 따라온다’, ‘그것 봐라, 이런 사람들은 일을 못한다’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당사자를 존중하지 않고,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주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경우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사회적 편견 때문에 당사자들은 사회 활동을 몇 번 시도하다가 안 되면 쉽게 좌절하게 됩니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그래도 상황이 많이 나아졌어요. 언론에서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를 크게 다룰 때도 있지만,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부분입니다. 현재 치료 및 재활을 잘 받는 이들이 처한 환경은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윤진웅 전문의 “편견도 여러 측면에서 봐야 한다. 환자 스스로 치료에 대해서 갖는 편견도 있을 것이고, 당사자의 가족들이 치료에 대해 가지는 편견도 있다. 조현병 당사자와 이들의 가족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 등 이렇게 여러 각도에서 오는 편견들이 모두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자가 자신의 질환에 대해서 잘 몰라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경우엔 당연히 치료에 방해가 된다. 가족들도 조현병에 대한 경과나 예후에 대해서 잘 모를 경우 계속 치료해도 별로 효과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치료를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가족들도 쉽게 지치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조현병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들의 내원이 힘들어진다. 사회적인 낙인 때문에 대학병원을 제외한 웬만한 정신과 치료 기관들은 주로 외곽에 위치해 있다.”


Q. 가족이 조현병일 경우 그 가족들이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은 뭐라고 보세요?


이근희 팀장 “정신장애인의 가족 대상 교육을 30년 이상 해오고 있는데 가족들의 좌절감이란 말할 수 없이 크죠. 특히 당사자의 어머니가 겪는 좌절감은 상당해요. 자녀가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로 인해 부모들이 겪는 좌절감과 혼돈은 너무 깊어요. 요즘에는 교육이 활발해서 다소 개선되었지만, 10년 전 재활기관에서 만났던 부모들은 하나같이 당사자인 자녀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당사자의 부모는 특히 일반인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절망감을 겪습니다. 현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운영하는 가족 교육 가운데 당사자 부모님들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런 가족 교육을 통해 서로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극복하거나 서로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들이 단체를 이뤄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가족 상담실을 운영 중이에요. 이곳에서는 당사자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상담사로서 활동하고 계시고요. 전문가가 상담해주지 못하는 영역,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극복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죠.”


이권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무총장 “전국 17개 지부를 순회하면서 협회에 속한 당사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족들은 부모가 당사자 자녀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해요. 당사자들도 힘들어하고 보호자,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죠.


그래서 심도 깊은 워크숍을 많이 원합니다. 그 자리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만들기를 원하는 거예요. 아울러 가족들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당사자들을 최대한 도우려고 하고, 뭐든지 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데 이런데서 당사자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회복 가능성에 집중해보면, 회복이 가능하다면 일단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사실 조현병 당사자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협회는 이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동영상 촬영, 영화 제작, 글쓰기 같은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과연 아이들이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경우도 많아요.”



Q. 취업을 시도하신 적이 있으세요?


당사자B  “발병 전에는 일을 했지만 그렇게 오래 하진 못했어요. 발병 후에는 장기간 입원을 하게 돼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그땐 지금보다 대인관계가 더 많이 힘들었고요. 간간이 마트에서 일하거나 목욕탕을 청소하는 일도 했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숙달이 안 돼 힘들었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하다가 입원을 반복했고, 수급권자가 됐어요.”


당사자A “전 아직 복지 카드가 없어요. 복지 카드가 없을 때 몇 번 취직이 됐었는데 6개월 정도 넘어가면 많이 힘들어지곤 했어요. 정규직 전환을 해야 되니까 6개월 되기 전에 보통 계약이 종료됩니다. 회사에서 조사하는 일로 일시적으로 동원돼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출판 물류 회사나 그  사회적 일자리로 콜센터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하루에 8시간 집중해야 되는 활동이 쉽지는 않았어요.”


Q. 나중에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당사자A “뭔가 만들거나 사람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며 영상을 만드는 등의. 그렇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당사자B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그 일에 대한 효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과 좋은 교감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어떤 욕심을 갖는다면 끝이 없겠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Q.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당사자B “지금 당장 큰 벌이가 있진 않아요. 예전에 일용직 일을 좀 해봤는데 스트레스가 커서 좀 힘들었어요. 고등학교도 겨우 야학으로 나왔는데 조금씩 치료가 되다보니까 이제 내년에 사이버대학을 진학할 지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그냥 정신장애인이 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당사자A “지금은 쉬고 있어요.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고 있거든요.”


Q. 유튜버나 글 쓰는 일, 사회복지사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진출, 특히 취업을 중심으로 본다면 현황이 어떻습니까?


이근희 팀장 “급성기 환자는 외래 진료만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무리없이 잘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물론 일반적인 직장생활이 힘든 사람들도 분명히 있죠. 이 경우에는 대체로 재활 기관을 이용하면서 단계별로 취업을 합니다. 지원 고용을 통해 활동하는 분들도 사후 관리를 받으며 연계된 직장에 다니게 됩니다.


진짜 문제는 복지 카드도 없고, 지원 고용도 불가능하고, 임시 취업의 기회도 없이 혼자 계속해서 취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에요. 사회활동 자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니 번번이 좌절감을 겪게 되죠.


그리고 이런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집 밖 자체를 나가지 않고 재활 치료가 필요한데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은둔 생활만 유지하시는 분들이 정말 힘든 케이스죠.


당장 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특정 활동을 하는 이들은 그 활동이 나중에 취업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은 재활 기관들이 잘 마련돼 있어서 복지 카드를 갖고 지원 고용을 시도하는 분들이 한두 번의 실패를 겪더라도 그 이후엔 안정적으로 사회 활동을 이어나가는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물론지방은 매우 열악하죠.”


이권일 사무총장 “그런 문제로 상담 전화를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일을 하던 당사자가 그만두거나 강제 해고되는 사례를 많이 들었고, 또 직접 목격하기도 하고요. 한 조현병 당사자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알아보다가 전단지 돌리는 일을 구했어요. 일을 하게 됐다고 너무 좋아했는데, 업체는 그가 정신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일을 관두게 했어요. 법뿐만 아니라 지자체 조례에서도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제재 사항들이 굉장히 많아요. 당사자의 사회 진출 및 복귀에 제한을 두는 것은 개선돼야 합니다.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논할 때 강점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조현병 당사자를 무조건 공공 일자리에만 투입하기보다 개개인의 특성, 욕구, 강점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에 맞춰 직업을 연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정신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그에 맞는 공공 일자리를 제공토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정신장애인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합니다.”


Q. 보건의료 관점에서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게 뭘까요?


윤진웅 전문의 “임상의로서 사회 복귀를 저해하는 큰 요소는 재활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입원 환자를 많이 보는데 입원 치료가 끝나고 퇴원하게 될 때, 즉 어느 정도 증상이 회복된 다음의 단계로 재활을 돕기 위한 기관이 너무 부족해요. 환자의 증상이 개선됐지만 보호자가 그를 완전히 돌볼 수 없어 다시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입원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죠. 재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Q.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활 치료와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죠?


윤진웅 전문의 “입원을 하면 격리된 보호병동에서 치료·식사·복약지도 등 생활 전반에 있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 환자가 스스로 약을 챙겨 먹고, 일상생활도 하는, ‘자주 생활’로 넘어가는 단계를 기본적인 재활로 봅니다. 자주 생활이 가능하면 기본적인 재활 치료가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됩니다. 이후에는 직업 재활, 복잡한 일이 아닌 간단한 일을 해보는 직업 재활 훈련까지도 정신장애인의 재활 활동에 포함됩니다.”


이근희 팀장 “첫째, 조현병 당사자의 사회 복귀에 앞서 첫째 당사자가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주치의를 만나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본인에게 맞는 약물 치료를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치료가 계속될 수 있도록 가족이나 보호자가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지지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죠. 셋째, 여기까지 된 상태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서울·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우선 24시간 생활 시설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함께 생활하면서 병원과 비슷한 환경에서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혼자 사는 것을 연습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밤이나 낮에만 지내는 기관도 있습니다. 공동생활과정이라고 하는데, 간호사가 상주합니다. 직업 전문 기관으로 정신질환자만을 받아주는 기관도 있습니다. 당사자 본인의 재활 목표에 맞게 선택하면 되고 치료도 계속해서 유지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 약물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앞선 재활기관 가운데 잘 맞는 곳에 갔을 때, 난 ‘트랙에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제대로 본인에게 맞는 트랙에 올랐단 이들은 대부분 사회 복귀에 성공해 직장 생활도 잘 합니다.”


Q. 트랙에 오르지 못하는,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는 어떻게 되나요?


이근희 팀장 “스스로 병식이 없으니 정신질환자가 아닌데 왜 그들과 어울려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혼자서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병원에 오지 않고 집에서 오랫동안 은둔해 있거나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곳에 보낼 수 없다’, ‘본인이 안 간다고 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집에서 보살피다가 나빠지면 입원시키겠다’... 이유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대책이 정말 시급해요.”


윤진웅 전문의 “재활기관이 있지만 환자 스스로 병식이 없고, 본인에게 맞는 재활 기관을 못 찾아서 재활이 이뤄지지 않는 케이스도 있어요. 당사자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재활 기관이 존재한다면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기관을 찾기가 더 수월해 질 것이고, 관련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찾아서 참여하게 되는 기회도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일상생활에 대한 재활부터 직업 활동에 대한 재활까지 재활의 범위는 상당히 넓습니다. 조현병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면 재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고 재활 결과 역시 더 좋아지겠죠.”


당사자A “저 같은 조현병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병식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면 안 되는 것을 되게 해보려고 노력하거나 비장애인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거든요. 유독 사회적인 편견,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너무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면허가 나오더라도 과연 내가 지속적으로 운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사실 어떤 일에 한해서는 정신질환자에게 자격을 주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당사자인 제가 보기에도 주의가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 어떤 활동을 제한하고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복잡한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사자B “전 정신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를 게 없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상식인 미래를 기대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 부정적인 상태에 머물지 말고 제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즐겁게 살아가고 사람들이랑 잘 만나고,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Q. 조현병 당사자들이 사회 복귀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나요?


이근희 팀장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찾고, 거기서 심리적인 성취감을 얻어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자기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는 이런 단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맞춤형 교육이 늘어나고 있어요.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단체가 생겨나면서 당사자를 위한 글쓰기 교육, 유튜버 양성 교육, 영상 촬영 및 편집 교육 등 여러 교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요. 또 서울시 정신건강통합센터는 기존의 재활 교육이 커버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프로그램도 여럿 운영되고 있고요. 당사자를 교육시켜서 동료 지원가로 배출하고, 활동에 대한 급여를 제공하고 가정 방문도 함께 나가는 일도 늘고 있어요.”


Q. 반복되는 말이겠지만, 조현병 당사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당사자B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이해하고 당사자들이 자유와 다양한 권리를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해요. 그에 따라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지 않고 사회로 나가는, 마음 열고 나갈 수 있길 원합니다. 전 누구와도 긍정적이고 올바른 태도로 대화하고 어울릴 줄 아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어요. 정신장애는 단지 성숙해지는 상태라고 봅니다. 그 과정을 모두가 사랑과 관심으로 돕고,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하겠죠.”


당사자A “조현병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울증만 해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립니다.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것은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정신과 환자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편견일 수 있어요. 뭐든 다 할 수는 없어요. 다리를 못 쓰는 사람, 다리를 써서 걷지 못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걷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눈으로 보라고 하지 않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장애나 특성으로써 인식되는 경계가 생기면 ‘이 사람은 어떤 배경 때문에 어떤 일은 못하지만 나머지는 다 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으로부터 장애를 분리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권일 사무총장 “조현병 당사자가 각종 사회활동과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해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평생교육 지원센터’와 같은 기관이 설립됐으면 합니다. 당사자와 가족들이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이나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현재 정신장애인을 중심으로 개인이나 가족 단위를 떠나서 지역사회 활동하는 당사자 단체는 거의 없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없죠.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가족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봉사단체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서 관련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이런 작은 활동부터 뒷받침되면 당사자들도 사회활동 가능하고, 목소리도 낼 수 있고 또 인식과 편견도 많이 변화될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개선하고 접근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근희 팀장 “정부의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정신질환자의 회복과 재활을 위한 많은 계획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입원이 제한돼 상황이 더 나빠졌어요. 응급 이송 체계도 당사자의 가족이 자비로 부담을 해야 되는데 이송단을 부르고 입원시키는 절차도 어렵다보니 제때 치료가 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조현병 당사자 가족이 겪는 현실은 너무 힘들어요. 정부 정책에 포함은 돼 있지만 실행이 안 되는 부분은 정책 실무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 서울과 경기 내 정신재활기관은 그나마 마련돼 있지만, 지방의 주간재활기관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기관 운영 시 건물 임대료를 기관 운영자가 부담해야 하다 보니 절대적으로 기관수가 모자르죠. 서울도 주간재활기관이 부족합니다. 한 기관당 연간 3천만 원만 지원해주면 무리없이 기관 운영이 가능합니다. 기관 운영에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해요.


조현병 당사자 가족들은 교육을 받고 참여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여전히 외부와 단절돼 연대와 참여의 장에 끼지 못한 가족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은 힘든 상태로 절망의 나락과 우울감, 참담함을 토로합니다.


당사자도 병식을 갖고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연대에 참여해야 합니다. 한 단계씩 노력해서 사회에 복귀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너무 버겁다 보니 집에만 머무르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공감이 가능한 동료 상담가입니다. 동료 상담가 분들이 은둔, 고립돼 있는 이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어요.”


윤진웅 전문의 “조현병 당사자는 고유의 증상과 사회적인 낙인 및 편견 때문에 다른 신체장애를 가진 이들에 비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해외는 우리보다 당사자들이 모인 단체와 당사자 가족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당사자 단체나 가족 단체들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져야 재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례로 조현병, 항정신병 약물 중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있는데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개인 부담이 컸어요. 당사자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돼서 지금은 관련 비용을 정부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해줘 주사 치료가 조금 용이해졌습니다. 이런 것만 봐도 당사자들 및 가족의 주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치료에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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