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으면서 재잘대고 있었다. 봄날이었다. 더러 몇명은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흥겨움, 밝음, 시끄러움이었다.
"야! 조용해!"
중년 남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겐 재잘거림이 온통 소음으로만 들렸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거칠게 성을 낼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를 흘깃거렸다. 이상하게 미운 감정이 들었다. 아이들은 시끄러워야 하는데, 이런 가혹한 세상에서, 봄의 한 때를 보내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그가 미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여전히 재잘거렸고, 버스는 봄을 안고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