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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숙 Nov 03. 2024

노을에 묻는 단서

사는 게 시시하다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해와 달이 규칙적으로 뜨고 지고, 항상 곁에 있을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 가족은 멀어지고, 시간과 돈을 써서 열중하고 열망했던 꿈은 꿈처럼 깨어지고, 소중하게 아껴왔던 마음을 다 내어주자 내 마음이 하찮아지던 경험을 하고 나니 어차피 늙어 죽으나 젊어 죽으나 죽는 건 매 한 가지이니 지금 죽어도 아쉬울 것 하나 없겠다 생각했던.


지는 노을을 사랑하는 나는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아침이 아니다.

그저 노을만 보면 됐으므로 여름에는 조금 늦게 ,

겨울에는 여름보다 조금 이르게 준비를 시작한다.


바라는 것 없이 나에게 맞춰진 내 사람의 시간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나의 마음밖에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내 사람의 눈빛에서 나조차 의심하고 시시하게 느껴지던 나의 인생과 시간, 나조차 모르던 내 마음의 단서를 발견한다.


나는 잘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규칙안에서 잘 정돈된 나를 발견하고, 항상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나와 함께하며, 시간과 돈과 소중하게 여기던 마음과 사랑을 쏟으면 나에게 다시 돌아오고,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처럼 크지도 작지도 않게 삶을 영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흔들리지 않는 어깨에서 지속한 나에게로 향한 마음이 느껴져 오니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관계에서든 삶의 방향에서든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생각한다.


삶이 끝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는 우리의 미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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