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담담해져야 했던 어리고 여린 내가 있었다.
그러나 쉽사리 담담해지지 않았던 어리고 여렸던 그때의 나를 생각하며 자책감에 얹혀 숨을 꺼억꺼억 들이마시다 내뿜지 못하고 가슴을 엉켜 쥐다 끝내 무릎 꿇고 앉아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주저앉았다.
오은영의 금쪽이를 애청한다.
그 많은 사연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나와 부모님을 대입하곤 한다.
그러다 한 아이를 보았고 그 아이는 음식을 잘 삼켜 위 안으로 밀어 넣지 못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사정했다.
그리고 오은영이 말했다.
미각이 예민한 아이는 다양하게 음식의 맛을 처리하지 못해 김밥소를 입안에 넣지 못한다고.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여러 소를 감당해내지 못해 기어이 뱉고 마는 모습을 보며 나를 떠올렸다.
나 또한 그랬다.
입안에 한가득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삼키지 못해 입안에서 오물거리다 엄마 눈치를 보며 우웩 우웩 뱉지도삼키지도 못해 눈물 한가득 보이며 식탁에 앉아 밥그릇이 내 앞에 거칠게 사라지거나 욕을 다 들을 때까지 침을 질질 흘렸다.
나이가 들수록 왜 이런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터트려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나간 일이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일어난다 해도 나에 대해 이해시킬 수 있으니 더 이상 기억 속에 담을 하등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나는 수시로 기억에 찔린다.
그러다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관통하여 지금의‘나’가 있기까지,
그 안에 나와 지금의 내가 부딪혀오면 까닭도 연유도 모른 채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려 바다를 수시로 그리워하지 않기로 , 쌉싸래한 나의 어린 시절을 관통해 지금의 나의 모습이 만들어진 시간을 감사하며 먼지 쌓인 기억에서 눌어붙은 묵은 때를 벗겨내듯 ‘공감되지 않는 아픔이라 속으로나 삼키리’했던 나와 작별을 고하여 이제는 담담히 바라보고자 한 글자씩 담아내 보기로 했다.
정말 ‘그때는 그랬어’라고 말하며 앞으로 일어날 수 없는 그 일들에 웃으며 안녕을 고하며 내 안의 나를 이해하는 막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