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한번 살아보자 했었다. 주변에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소소하게 여름이면 시원한 감귤 아이스크림 또각 씹어먹고 가을이면 낙엽 주워 던지며 웃고 겨울에는 색깔 다르게 맞춰 목도리 선물하고 다시 봄이 오면 한 해 파이팅해보자고 서로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고.
아니다. 사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나의 옆에 존재하며 내가 가지려면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저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술 한잔 두 잔 걸치면 그게 제대로 살아가는 거라 생각했다.
취향이란 있는 사람의 것인 양 주어진 대로 가지는 대로 가져지기라도 했으면 감사했다.
어느 미용실을 가더라도 딱 내 마음에 드는 스타일대로 맞춰지는 곳은 없듯, 만들어지면 내 모양 그대로 해석하고 만들어내면 그것대로 만족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나의 스타일이었는데 그 어느 날은 슬펐다.
모은 것도 아닌데 어느 날 정리하다 나온 알록달록 크기도 제각각 모양도 제각각인 귀걸이들을 정리하다 '아 이제 심플한 이영애 스타일로 살아보자.' 그 다양한 귀걸이들을 금만 빼고 다 버렸다.
작고 심플한 귀걸이들을 사다 모으다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귀걸이를 차례대로 걸었다.
아이고야. 이렇게 매력 없이 느껴지는 나라니. '아, 나는 평생 있어 보이는 스타일은 아니겠다.'
남편의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취향 없이 이제 좀 살만해졌다고 고른 각종 액세서리와 브랜드를 섞어 산 옷들을 코디해 가며 스타일링에 목메고 있었다. 이게 마음에 들면 저게 마음에 들지 않고 그 많은 액세서리와 옷들, 그리고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시간을 축내며 "왜 이렇게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는 거야,,"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 아니고?"
"왜 그렇게 생각해?"
"다 네가 좋아서 산 것들이잖아."
"그 어떤 것들 중에서 시간이 지나도 좋은 것은 없어."
"나는 아닌데. 여전히 너는 좋은데"
"헐,,"
결국은 너무 과하게 신경 썼구나. 자리에 가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며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내가 너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며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 내가 아닌 모습으로 말라죽던지 살쪄죽던지.
더 멋진 곳에 여행하고 싶고, 더 멋지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고, 더 멋진 화성으로 음악을 만들고 더 멋진 글들로 인정받고 싶고,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멋진 모습은 어디로 가고 조금은 가난한 마음만 더욱더 비친다.
마음이 더 깊어질수록 나는 더 얕아지고 말로 표현할수록 아이 같고 글로 표현할수록 어수룩해져 갈피를 못 찾는다. 그래서 아직도 모르겠다. 과연 취향대로 사는 건 어떤 걸까.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 사람들의 관계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버리고 마음 편해질 수 있을까? 정말 자원봉사밖에 없나.
(TV에서 나왔다. 관계로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며 봉사야말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이라고)
결국은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해 물어보고 대답하는 과정을 겪으며 또 끝맺음은 물음과 대답이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내가 선택하고 만든 오늘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