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결혼을 안 해봐서 몰라'친구가 이렇게 말한다면?
한낮의 피크닉(2018)
드라마 한국 2019.07.04 개봉
79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주연: 권해효, 김금순, 곽민규, 윤혜리, 류경수, 김욱, 서벽준
네티즌 평점: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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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3개의 에피소드를 모아서 만들었다.
권해효가 주연이라 살짝 기대를 했는데 1화에만 출연을 한다. 다른 배우들은 얼굴을 본듯하지만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사람들이다.
평범하게 일어날 법한 그런 일상 이야기를 잘 풀어서 이야기를 구성했다. 소소하게 집중해서 볼 수 있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3번째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갔다.
3화 제목은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싱글 여자 자취방에 1년 만에 불쑥 찾아온 유부녀 친구, 그 둘의 심리적 틈새 이야기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1화
함께 있으면 괴롭지만 자꾸만 신경 쓰이는 가족과의 예기치 못한 캠핑 여행
아버지(권해효)와 어머니 그리고 30대 아들과 딸 한 가족이 캠핑을 떠나는 차 안에서 시작된다. 차에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럭저럭 표면적으로 잘 내는 모습으로 보인다.
캠핑장에 도착한 4명은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엄마는 옆에 캠핑하는 부부를 보니 몸에 문신이 많다고 놀란다. 딸에게 너는 문신 안 했지 물어본다. 딸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유학을 다녀온 큰 딸은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엄마 몰래 담배를 젓가락에 끼워서 핀다.
저녁에 밥을 먹고 술을 먹으면서 각자 속마음을 이야기하다 보니 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린다. 엄마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운 것을 눈치챘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뭉그적거리며 인정을 안 한다.
그래서 엄마는 남편이랑 헤어지겠다고 이혼하겠다며 아들과 딸에게 의견을 물어봅니다. 그러자 아들은 엄마가 원하면 이혼하고 행복하게 자유롭게 살라고 한다.
그러자 엄마는 열 받아서 목소리가 높아간다. 너희들 때문에 여태 참고 살았는데 이혼을 하라고? 그게 할 말이니?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는데 갑자기 텐트에 불이 붙었다.
불을 끄는데 온 힘을 합치는 가족이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4명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이 흐르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대풍감' 2화
막막한 미래와 잔뜩 구겨진 인생 속 청춘들의 치기 어린 여행
3명의 20대 중반 남자 친구들이 나온다. 그들은 울릉도에 2박 3일 여행 기간 동안 누가 더 힘든가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신다.
대풍감이란 배를 섬 바위에 끈으로 묶었다가 바람이 육지로 불면 그때에 끈을 끊어서 배가 항해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젊은 청춘은 언제가 바람을 만나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지금 20대 청춘들은 현실이 괴롭고 힘들다. 한 명은 엄마가 암에 걸렸고 다른 친구는 단역배우로 생활이 고단하고 또 다른 친구는 여자 친구와 문제가 있다.
친구들끼리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고생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 친구들과 경험했을 그런 이야기이다.
엄마가 암에 걸린 친구는 결국 속으로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3화
혼자여도 괜찮은 줄만 알았던 나를 찾아가는 여행
시작은 30대 싱글 우희(이우정 - 배우이자 영화감독)가 심리 상담사와 마주 보고 앉아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자기감정을 드러내면 관계가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우희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친구 영신(공민정)이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찾아왔다. 영신은 결혼한 친구이다. 1년간 연락 없이 지냈는데 갑자기 친구 보고 싶다고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신은 남편이랑 싸워서 집을 나왔다. 갈 곳이 없으니 혼자 빌라에 자취하는 우희 집에 온 것이다. 영신은 자기 남편은 돌 아이라고 흥분하면서 하소연한다.
자기는 이제는 이혼하고 너처럼 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하며 혼자 잘 살 거라고 말한다.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 남편이 문제가 많은 거 같다. 친구 말에 공감하고 호응을 해준다.
며칠을 우희 집에 지내는 영신은, 앞으로 서로 같이 살자면서 전셋집을 알아보자고 한다. 집 구경을 갔는데 영신이 표정이 별로이다.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집을 구할 수 없는데 곰팡이 가득한 그런 집은 맘이 안 든다. 영신은 남편과 아파트에서 쾌적하게 살았다.
그리고 친구가 하는 디자인 일을 같이 하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우희가 일하는 걸 보니 돈 버는 게 만만치가 않다. 막상 돈을 벌어서 혼자 경제활동을 하려고 하니 앞이 깜깜한 영신이다.
그러다가 영신 남편이 계속 우희에게 전화를 걸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으려고 한다. 돌 아이 남편이 친구에게 무슨 해코지라고 할까 봐 걱정된다.
그랬더니 영신은 내가 돌 아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말한다. 둘 사이 묘한 감정선에 골이 생긴다.
그러면서 급기야 영신은 우희에게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하면서 말을 꺼낸다.
너는 결혼을 안 해봐서 몰라
이 말을 들은 우희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감이 온다. 자신은 감정 쓰레기였던 것이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집을 내어주고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배려했던 우희는 망치를 얻어맞은 셈이었다.
그 후로 둘 사이는 정적이 흐른다. 결국 영신은 자기가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전화해라는 말을 남기고 간다.
우희는 눈에 밟혔던 강아지를 구출하기 위해 영신에게 전화를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세 번째 이야기 속 주인공 우희와 나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점이 맞닿아 있다. 그녀는 심리상담사를 찾아갔는데 어찌 보면 내가 사주명리학 공부를 시작한 면과 일치한다.
예전에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내가 솔직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 부정적인 감정이나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미성숙한 면을 지녔다.
영화 속 우희처럼 친구가 찾아와서 남편에 대해서 하소연을 하면 나 역시 맞장구를 쳐줄 거 같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지금은 유효기간이 지난 40대 싱글 친구 J가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적고 싶은데 워낙 내용도 길고 타인에 대한 이야기라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나중으로 남겨둔다.
그때 그 친구 관계에서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잊기는 쉽지 않을 거 같다. 왜냐하면 나의 부정적인 심리를 적나라하게 일깨워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 충격으로 영화 속 우희처럼 심리 상담을 받듯이, 내가 미친 듯이 사주명리학을 공부했었나 보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희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나 억누르면서 지내다 보니, 그 감정이 나도 모르게 불쑥 울분을 터트리며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인간관계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우희가 상담을 받고 치료를 하듯이 나 역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심리 치료 중이다. 치료가 끝난 우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나 역시 사주명리 공부를 통해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내 미래가 궁금하다.
만약에 우희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일까?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둘이 해결하라고 바로 친구를 그녀의 아파트로 매정하게 보내는 것이 좋았을까? 친구에게 공감은 해주고 며칠 쉬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보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세상에는 3가지 일이 있다고 한다.
내 일, 남 일, 하늘 일.
하늘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남 일은 내가 간섭하고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나는 내 일만 집중해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이혼을 하라고 하자 엄마가 노발대발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엄마가 결정할 문제이다.
근데 엄마가 아들한테 물어보지 않았던가?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야 하나?
엄마가 이혼을 하든 안 하든,
난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 거야.
이 영화는 기대감을 확 내려놓고 본다면 나를 발견하는 영화 속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