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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언니 수니 Jul 17. 2023

영원살이? 구걸살이? 「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작가, 한겨레 2022년 올해의 책

한겨레 2022년 올해의 책



도서관에 우연히 들렀다가 발견하게 된 책.

단 이들만에 단숨에 읽어버린 책.



누구에게는 거지 같은 삶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성스러운 삶일 수도 있는

그런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0원으로 사는 삶, 저자 박정미, 출판 들녘, 발매 2022.10.28.



「0원으로 사는 삶」

아니 돈 한 푼 안 쓰고 사는 삶이라니

일단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데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돈에 환장하고

돈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돈을 안 쓰고 살아간다고?



와우 그런 세상이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책을 집었다.



이 책은 2022년 10월 28일에 출간되었는데

한겨레 2022년 올해의 책 10선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아니 어떤 책이길래

한겨레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았을까?



음,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 중에

블로그 리뷰를 여러 편 읽어봤는데

다들 칭찬을 하며 재미있다고 추천한다.



좋아. 그래 책을 읽자. 고고씽.



아니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데

허걱, 이럴 수가

작가가 너무 글을 잘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들고 있는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런 필력을 지녔다.



게다가 책이 흥미진진하니 재미있다.



0원으로 산다는 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어디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황당무계한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책에서 작가는 정말 빵원, 0원으로 살아온 세계여행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냈는데... 



와우,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말 신비한 별세계 이야기 속으로 안내해 준다.



뭔가 은밀한 곳을 탐험하는

쫄깃한 흥미를 제공해 준다.



주변에 나를 포함해서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0원으로 무려 2년가량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녀가 펼치는 이야기보따리가 너무 기대된다.



남편에게 이 책 이야기를 잠깐 했더니

너는 왜 읽지 말아야 할 책을 읽느냐고

너의 뇌가 문제라는 잔소리까지도 들었다.



어찌 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금서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아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



작가는 20대에 장교로 3년간 복무하다가 연평도 해전 사건으로 전역했다.


그리고 영국 런던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살인적인 물가인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를 다녔다.


고생해서 번 돈으로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지출했다.


그 당시 착취에 가까운 노동으로 불만 가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빈털터리 그녀는 돈 때문에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0원 살이'를 결심한다.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있을까?

(돈 없이) 어디서 자지?
(돈 없이) 무엇을 먹지?
(돈 없이) 어떻게 가지?



그녀는 영국을 출발해서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헝가리, 마케도니아, 그리스 등 세계여행을 정말 돈 안 푼 안 들이고 2년간 하게 된다.


오우 마이갓.


이 엄청난 공짜 여행 과정을 너무 자세하게 잘 묘사해 주어서 마치 내가 같이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평소에 내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가득 만날 수 있었다.



- 나체로 일하고 수영을 즐기는 사람


- 여기저기 떠돌이 여행을 하는 히피들


- 유기농 자연 농법을 추구하며 농장을 일구는 사람들


- 자연에서 주어진 소재로 집을 짓는 사람들


- 빈 건물이나 창고에서 먹고 잠자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


- 강 위에 배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


- 다자사랑 다자연애를 추구하는 사람


- 갓난아이를 데리고 봉고로 세계여행하는 가족


- 영성을 깨우기 위해서 명상하고 묵언수행하고 춤추는 사람


- 친환경 공동체를 일구는 사는 사람들


- 가게에서 버린 음식을 뒤져서 먹고사는 사람들


-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는 사람들


- 아무데나 텐트를 치고 잠자는 사람들



소위 정상적인 사회적 틀에서 말하는

돌+아이 종합선물세트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이런 미친놈들이

사랑스러운 존재, 

위대한 존재, 

신성한 존재로 변신해버린다.



그게 이 책에 독특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미친놈들은 오히려 지구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사랑하는 정상인들이고


그 반대편에서 돈으로 각종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들은 자연을 파괴하는 비정상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충분히 납득이 된다.



여태까지 히피들이나 환경보호자들을 보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진실이 가려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차근차근 알려준다.



사실 그녀가 알려준 진실이 내면에서는 진실인 것을 알면서도 심적인 저항감이 크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하는 대로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감히 혁명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녀가 만들어간 작은 혁명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은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도시 속에서 안락하고 게으른 습관이 푹 젖어 있기에, 그녀가 말하는 자연으로 다가가는 혁명의 세상으로 선 듯 가기가 두렵다.



그래도 책을 덮으면서 한 가지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정리하게 되었다.



나는 작가처럼 0원으로 살 수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방향은 분명해졌다.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목적으로 어떤 직장을 다니거나 노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해냈을 때 그 결과 돈이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누구보다 돈에 집착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것과 진짜 결별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더 부를 추구하지 않고 지금 가진 것만으로 소비하며, 중년과 노후를 살아가는 걸로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추구해야 할, 만족해야 할 삶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 이상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돈을 더 모으려는 것은 나의 욕심이고, 그것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0원 책으로

단 이틀 만에 세계여행을 0원으로 마쳤다.






내가 보면 구걸 여행

작가가 보면 영성 여행



작가는 소위 말하자면 무전여행을 한 셈이다.



무전여행은 다른 말로 말하면

구걸 여행이나 다름없다.



잠자는 곳도 먹는 것도 이동 수단도

모두 타인에게 의존한다.



모든 것을 자연과 타인에 손길에만 내맡기는 삶으로 '0원 살이' 여행을 마친다.



이런 삶이야말로 예수님이 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나와 네가 둘이 아닌 존재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단절된 삶, 분리된 삶으로 치달았다. 그 덕에 발전된 문명에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 어느 세대보다 풍족하게 살고 있지만 마음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자녀를 낳지 않는 저출산 사회를 맞이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그 이유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지 않고

자연과 분리되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도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된다.



이 편리한 도시를 떠나서

불편한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만

내 몸과 마음이 치유될 거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 전에 여행을 좋아했고

그래서 여행 중에 우연히 히피를 만났었다.

그리고 우핑을 하면서 여러 농장도 방문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색다른 경험쯤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었다.


작가처럼 영혼이 맞닿는 경험, 진실을 마주하는 체험은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사람과 상황을 만나도

관찰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지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똑같은 히피를 바라봐도

어떤 시선으로 인식하느냐 따라서

그 사람은 성자가 될 수도 있고

거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은 내가 창조한다는 말에 이제는 수긍이 된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다.


내 안에 없는 것은 아무리 세상 밖을 돌아다녀도 체험할 수가 없다.


그것을 또 한 번 알아차린다.




즉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해석하기 전까지는.


또한 그 해석은 각자 주관적인 사고방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런 주관적인 사고방식에 망치로 금을 내어 진리에 틈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추천하고 싶다. 



게다가 재미도 있고 글이 술술 읽힌다.



책 중간중간 작가가 직접 그린 '영원살이' 그림도 꽤나 쏠쏠하니 의미심장하다.



나에게 0원 살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돈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권리를 일깨워준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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