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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Dec 31. 2020

죄 많은 소녀 영화 리뷰

자살을 대하는 여러 시선과 우울한 현실

죄 많은 소녀(2017)  

드라마/미스터리 한국 2018.09.13 개봉

113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김의석

주연: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네티즌 평점: 7.9

- 다음 영화 참조 -


2019년 한국 통계에 보면 사망 원인의 5번째가 자살이라고 한다. 그만큼 자살로 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 영화는 여자 청소년 자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찾아온다.


내용이 무겁고 심리묘사를 너무 잘해서 그런가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 한편에 불편한 구석이 남는다. 영화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곱씹게 하는 그런 영화이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 여고생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고 그 자살 배경에 여자 주인공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만약에 친구가 죽었는데 그 친구를 죽이게 만든 원인이 나라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정신이 제대로 남아 있기란 어려울 거 같다. 그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자살하는 한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사람들이 변해가는지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런 영화이다.


우리는 다중우주에 각자 살고 있지만 모두가 연결되어 영향을 주는 시공간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는 다 다른 해석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는 자살이라는 큰 사건을 통해서 그런 것을 펼쳐 보여준 영화이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가 자살이니 만큼 영화는 어둡고 그리고 소름이 끼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어찌 보면 누구도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검은 이야기를 민낯으로 까발리는 그런 영화이기에 불편한 면도 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여고생 경민이가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경민이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자살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희(전여빈)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는다. 경민이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영희이다.


영희는 경민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니 그걸 네가 죽어서 증명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로 인해 경민이가 자살을 한 이유가 영희(전여빈)라고 주목이 된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민이 엄마(서영화)는 자신의 딸이 죽은 원인을 영희라고 느끼고 갑자기 화를 격하게 표출하게 된다.


학교 담임선생과 교장, 경찰들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고 신변을 비관한 자살로 사건을 종료하려고 한다. 마침 경민이 시신이 하천에서 발견되어, 장례를 치르고 자살사건은 마무리된다.


그 과정에서 학급 친구들은 영희를 경민이의 자살 원인으로 생각하여 괴롭히게 된다. 영희는 극도로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학대받는 현실에서 자신은 경민이를 죽인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하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결국 경민이 장례식날 영희는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목소리를 잃었다. 그런 영희의 모습에 반 친구들과 담임은 영희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실에 마주하게 된다.


한솔(고원희) 이는 입원한 영희에게 고백을 한다. 영희를 좋아했던 한솔이는 경민이가 영희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질투심에 한솔이는 경민에게 네가 정말 영희를 좋아한다면 죽어서 증명하라고 한다. 그러자 경민이는 내일 내가 죽은 것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경민이는 그다음 날 실종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은 영희와 한솔이는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를 하면서 둘이는 다시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영희는 자신을 가해자로 주목해서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한 명씩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는 친구를 시켜서 담임에게 있지도 않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투서를 하게 한다. 담임선생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성추행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그리고 영희는 경민이 자살 원인으로 자신을 주목한 경민이 엄마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리고 경민이 엄마를 찾아간다. 영희와 한솔이는 식당에서 경민이 엄마와 같이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


영희는 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쇠를 긁는 쉰 목소리로 말을 한다. 경민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곧 자살을 할 테니 경찰에게 내가 자살을 한 원인을 잘 설명을 해주라고 소름 끼치는 말을 한다.


경민이 엄마는 충격으로 고기를 자르던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경민이 자살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경민이 엄마는 자신이 회사 일을 하느라 딸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으로 인해 딸의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데 매달린다. 딸이 죽은 원인은 내가 아닌 영희라고 생각하면서 힘든 자신의 고통을 덜어내려고 한다.


경민이 담임선생과 교장선생은 조용하게 이 사건이 넘어가기를 바란다. 경찰도 경민이 자살 사건에 대해서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어느 선에서 무난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경민이 학급 친구들은 경민이를 죽인 영희에게 복수 함으로써 죽은 친구의 원한을 갚아주려고 한다. 그러다가 영희가 자살로 결백을 증명하자 경민이를 죽이게 한 다른 대상을 찾아서 응징한다.


영희를 좋아하는 한솔이는 자신이 한 말로 인해서 경민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서 영희를 가해자로 오해하게 만들고 그것을 방치한다.


가해자로 오해받은 영희는 자신의 맘 속에 있는 억울한 마음을 풀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꿈꾸면서 내면에 악의 모습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정작 죽은 경민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자기 걱정만 하고 있다. 경민이의 죽음이 자신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걱정뿐이다.


인간은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고 한다. 바로 생존 프로그램이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는 경민이 엄마. 오해받는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복수를 꿈꾸는 영희. 친구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자극적인 말을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한솔.


감독은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이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용기 있게 대응하는 사람은 이 영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폭로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 있게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다만 이런 상황이 나에게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하게 이런 일들은 벌어질 수 있다.


나도 예전에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워낙 심약해서 실천하지는 못했다. 내가 누군가로 인해서 괴로워서 그 사람을 괴롭히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용기나 상황이 되지 못할 때, 역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충동이 일어났었다.


내 마음에 누군가에 대한 괴로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생명을 살리는 길인 것이다. 그 괴로움을 내려놓지 못하면 그것이 역으로 내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자살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주변에 단 한 명이, 그 사람을 이해해준다면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단 한 명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세상을 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 경민이는 단 한 명이 없었다. 엄마 아빠도 경민이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 영희에게도 사랑을 죽음으로 증명하라는 모진 말을 듣는다. 그리고 친구 한솔에게도 죽음으로 사랑을 증명하라는 잔인한 질투의 말을 듣는다.


경민이 마음을 위로해주는 단 한 명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민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경민이가 죽은 후에 자신이 그 단 한 명의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 죄책감은 또다시 악순환을 낳게 되고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


자살한 경민이의 엄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녀는 딸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그녀는 모범적인 엄마로 비추어진다.


그녀는 경민이 사망 보험금으로 영희 병원비를 보태어준다. 드러나는 모습은 선행을 베푸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그렇게 해서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그녀는 좋은 회사원, 엄마, 사회 구성원으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다. 어찌 보면 내가 그런 모습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녀는 착각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자신의 딸이 자살을 하게 되자 그녀는 미쳐 버릴 것 같다. 자신의 포장된 삶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그것을 영희라는 존재에 원인을 찾아 해소하려고 한다.


나 역시 그 경민이 엄마와 비슷하다. 내가 미쳐 버릴 것 같은 마음을 남편 탓을 하면서 화를 낸 적이 많았다. 사실 남편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영희는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오해받는 상황에 처하면서 숨겨졌던 내면의 검은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복수를 치밀하게 하나씩 실천해나간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녀 안에 숨겨진 잔인함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복수는 계속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영희는 앞으로 어떤 인물로 커나갈지 나오지는 않지만 독자들에게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더 소름 돋는 캐릭터는 한솔이다.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서 친구 영희를 난처하게 만들고 그러면서 영희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한솔이다.


한솔이는 경민이를 자살하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경찰이 영희를 가해자로 지목하도록 진술한다. 학급 친구들이 영희를 괴롭히도록 조장한다.


그리고 영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영희를 도와주면서 같이 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가장 소름 끼치는 인물이 한솔이라는 캐릭터는 아닌가 싶다.


그녀가 옆에 있으면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간다. 그녀는 조용히 몇 마디 말을 하지만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결정적인 시간에 나타나서 사건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 캐릭터가 더 무섭다. 마치 사람을 조종한다는 느낌이 짙다. 잘 드러나지도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건에 전부 관여하고 있다.


영희와 한솔이는 미래에 범죄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의 친구들이다. 그들의 여고시절을 엿보는 느낌도 들어서 소름이 돋는다.


예전에 일어났던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이 떠오른다. 감독이 그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사람을 잘 가려서 근처에 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찝찝한 구석이 남는 그런 영화이다. 하지만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그런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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