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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an 07. 2021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영화 리뷰

유머 코드가 맞다면 빵~ 터진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2019)  

코미디/스릴러 한국 2020.09.29 개봉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신정원

주연: 이정현, 김성오, 양동근

네티즌 평점: 6.4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에는 보통 감독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그 메시지를 찾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메시지가 없다. 그냥 웃음 폭탄이 있을 뿐이다.


남편은 항상 나에게 진중함을 요구한다. 하지만 난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실없는 사람이다. 이 영화는 진지충이 아닌 나처럼 뭉게구름 같은 사람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줄 수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는데 감독은 나에게 복을 선사해주었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달콤한 신혼을 깨버린 외계인 남편, 그를 죽이려는 아내, 그들에게 벌어지는 전쟁 같은 황당한 이야기이다.


아주 가끔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죽도로 미워하며 싸우지 않은가? 이 영화는 그런 부부싸움을 상상 속 재미있는 이야기로 펼쳐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억나는 스토리는 별로 없다. 하지만 나는 너무 웃겨서 눈물까지 흘렸다. 내 웃음, 내 허파는 기억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우주에서 별똥별 같은 어떤 물체가 한강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떨어진 물체는 바로 벌거벗은 사람이다. 낯선 생명체 등장에 대한 암시를 주면서 출발한다.


달달한 신혼생활을 즐기는 한쌍의 닭살 커플이 있다. 아내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고 애정을 듬뿍 주는 만길(김성오)이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꿀이 떨어지는 소희(이정현)이다.


소희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어서 저녁에 늦게 들어온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도 회사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고 말한다. 소희는 남편의 잦은 야근이 내심 맘에 걸린다.


동창모임이 끝나고 늦게 들어온 소희는 잠든 남편의 핸드폰을 보게 된다. 낯선 여자가 남편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이때부터 소희는 남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소희가 찾아간 곳은 미스터리 연구소이다. 소장 닥터 장(양동근)은 만길이를 미행하고 그 결과를 알려준다. 그는 낮에도 밤에도 쉬지 않고 여러 여자를 만나고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다.


그는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가져가서 마신다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계속 연구 추적한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라고 말한다.


믿기 어려운 사실에 기겁을 하는 소희이다. 닥터 장은 여러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소희와 4번째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결국 아내를 죽일 것이라는 소름 끼치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죽임을 당하기 전에 남편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은 2가지이다. 하나는 고압전기로 감전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가 특수 제작한 약물주사를 놓는 것이다.


생일날 퇴근한 남편을 목욕탕으로 유인해서 욕조에서 감전시켜 죽일 작전을 짰다. 그리고 그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 연습한다.


그런데 갑자기 황당하게 상황이 꼬이면서 닥터 장이 자신이 설치한 그 고압전류에 감전이 된다. 여기가 큰 웃음 포인트이다. 개그코드가 맞다면 빵 터질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작전을 세운다. 생일상을 준비해 남편에게 독약을 탄 포도주를 마시게 해서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약을 탄 포도주를 마셔도 꿈적도 안 하는 외계인 만길이다.


우여곡절 끝에 소희는 술 취한 남편을 절벽에서 떨어뜨린다. 죽은 줄 알고 안도의 숨을 쉰다. 하지만 그는 멀쩡하게 살아나서 소희를 죽이려고 추격해온다.


결국 소희는 남편에게 목숨을 잃을 절박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외계인을 소탕하기 위한 특수 대원들이 등장하고 한바탕 격투가 벌어진다. 그 틈에 소희는 남편 등에 특수 제조된 주사약을 투입한다. 남편은 신기하게도 바로 죽는다.


소희에게 평화가 찾아오고, 1년 후에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한가로운 피크닉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죽은 줄 알았던 닥터 장이 그들을 찾아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만 펼쳐진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없다. 외계인을 죽이려는 자들과 그들에게 죽지 않으려는 외계인과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게 웃음 포인트이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관객을 웃기려고 만든 영화인 것이다. 감독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예전에 읽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핵심 내용이 남자와 여자는 다른 행성에 살다가 지구에서 만난 서로 낯선 존재라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이해를 못하는 이유는 둘은 지구에 살지만 출생은 지구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 속에 남편은 바람을 피웠는데 그 이유는 외계인이기 때문인 것이다. 황당하지만 어찌 보면 설득력이 높다.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이려는 소희, 그런 소희를 죽이려는 남편. 신혼의 달콤한 시절은 금세 사라지고 서로 죽이려고 난리이다.


우리들 부부싸움이 소희 커플과 비슷하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는 장난 아니게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부부들의 싸움이 이 정도의 파워나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어제도 남편과 말다툼을 했는데 감정이나 에너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말싸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에너지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면 영화 속 격투 장면처럼 엄청난 수준이 아닐까 싶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소희 친구들과 닥터 장이 수난을 겪는다. 어찌 보면 부부싸움으로 인해서 자녀들 등이 터지던지, 주변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 아니면 친구들이 속이 터지는 것이다.


감독은 부부싸움이라는 소재에서 상상력을 맘껏 발휘했다. 부부싸움을 입체적으로 재미나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부부 싸움은 결국 두 사람에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시키고 주변 사람을 못 살게 군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다.




사주명리학에서 바람을 피우는 이유를 여러 가지에서 찾는다. 그중에 하나는 남자 사주에 재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자 사주에 재성은 육친으로 아내로 해석하기도 한다. 재성에는 정재와 편재가 있다. 정재는 부인 같은 속성으로 보고, 편재는 애인 같은 속성으로 본다. 그래서 편재의 기운이 많다면 애인이 많은, 즉 바람기 가능성이 있는 남자로 볼 수 있다.


정재를 사람, 공간, 물건에 대한 소유욕에 비유한다면, 편재는 그것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기운이다. 그래서 편재의 기운이 많다면 아무래도 사랑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속 외계인 만길이는 편재의 기운이 많은 행성에서 왔었나 보다. 아마 그 행성에서는 결혼을 4번~5번 하는 것이 평범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람기 있는 남편과 살게 되면 영화처럼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코믹하게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혹시 감독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은 외계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에둘러서 밝히고 싶었던 것인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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