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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Dec 31. 2020

궁합 영화 리뷰

궁합이 맞는 인연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합(2018)

코미디/드라마 한국 2018.02.28 개봉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홍창표

주연: 심은경, 이승기

네티즌 평점: 6.5

- 다음 영화 참조 -


궁합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친숙하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궁합이 좋네 안 좋네 이야기를 하니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하다. 내 연인과 궁합이 어떠할지?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조선시대 옹주의 밉지 않은 좌충우돌 자유연애 이야기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궁합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서 말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백점을 주고 싶은 영화이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평가는 생각보다 후하지 않다. 일반 대중의 평가와 달리 무척이나 즐겁게 영화를 보았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영조시대이다. 왕의 후궁에서 태어난 송화 옹주(심은경)가 주인공이다. 그 당시 가뭄이 심하였다. 하늘에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신하들이 말한다.


왕에게 음양의 이치에 따라서 옹주의 결혼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왕은 사주팔자로 궁합이 제일 잘 맞는 사람과 옹주의 인연을 맺어주려고 한다. 전국에서 옹주의 남편, 즉 부마가 되기 위해서 모여들었고 이제 최종 후보 4명이 남았다.


조선 최고의 역술가인 서도윤(이승기)은 부마 후보들과 옹주의 궁합 풀이를 담당하게 된다.


70대인 나부모님께서는 서로 얼굴을 한번 보고 결혼을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자유연애가 너무나 당연시되는 시절을 살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가문과 가문이 결혼을 하는 그런 시대였기에 궁합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결혼을 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관문이자, 안전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옹주는 신분이라는 것에 얽매여서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을 할 상대의 얼굴 정도는 미리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옹주는 궁을 나가서 최종 후보를 미리 몰래 만나보려는 계획을 꾸민다.


옹주는 최종 후보 4명의 사주단자를 훔치는 과정에서 서도윤(이승기)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순간에 얼떨결에 뽀뽀를 하게 된다. 첫 만남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과연 둘의 인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옹주는 자신의 몸종으로 신분을 숨기고 궁을 나간다. 그리고 부마 후보를 차례로 만나러 간다. 서도윤은 옹주가 부마 후보 사주단자를 훔쳐간 것을 알게 되고 옹주의 뒤를 밟는다.


한편 궁에서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은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옹주의 사주팔자가 사도세자의 운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옹주의 기운을 망가뜨릴 부마를 간택하려는 음모가 진행된다.


영빈은 사주팔자를 조작해서 옹주를 윤시경과 결혼시키려 한다. 그는 권력 욕망에 사로 잡힌 남자이고 그와 옹주는 자미(子未) 원진, 축오(丑午) 원진살(괜히 서로 미워하는 기운)이 두 개가 있어서 상극의 궁합이다.


옹주의 부마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그 권력욕에 찬 윤시경 이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을 차례로 궁 밖으로 만나러 간다. 첫 번째는 꼬맹이 연하남이다. 서도윤(이승기)은 옹주를 따라가다가 같이 동행하게 된다.


첫 번째 후보는 엄마와 상극이라고 엄마와 떨어져 살고 있는 어린아이이다. 고추의 털이 언제 나느냐는 질문을 옹주에게 하는 순진한 아이다.


서도윤이 옹주와 연하남의 궁합을 봐주겠다고 이야기해서 옹주의 생년월일시를 알아낸다. 이때, 서도윤은 실제 옹주를 옹주의 몸종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참고로 옹주의 사주 명식은 이러하다. 정사(丁巳)년 을사(乙巳)월 신미(辛未)일 갑오(甲午)시 이다.

송화 옹주 사주팔자

옹주는 두 번째 후보를 찾아간다. 그는 얼굴이 잘 생기고 몸이 좋고 여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져 웬만한 여자들은 모두 그 남자에게 빠져든다고 한다. 옹주는 그를 만나러 술집에 가게 된다.


막상 옹주도 그를 만나보니 맘이 설렌다. 기생 오라버니 같은 그는 부마가 되면 몰래 여자를 만날 거라며 속마음을 말한다. 그는 사주에 상관이 많아서 끼로 여자들을 녹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우연히 서도윤은 옹주를 술집에서 만나고 옹주의 난처한 상황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잠시 로맨틱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옹주는 술에 엄청 취해서 서도윤에게 왜 나를 자꾸 쫓아다니느냐고 물어본다. 서도윤은 자기도 모르겠지만 괜히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이런 대사가 심쿵하다.


권력의 욕망으로 가득 찬 윤시경은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의 명령으로 자신의 사주팔자를 최상의 궁합으로 조작하라고 서도윤(이승기)에게 명한다. 처음에 서도윤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나중에 목숨의 위협을 받고 어쩔 수 없이 해준다.


서도윤은 왕의 명령으로 옹주의 사주팔자와 부마 후보 4명의 궁합을 보아야 한다. 서도윤은 옹주의 사주팔자가 자기가 맘에 쓰였던 그 옹주의 몸종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녀가 실제 옹주라는 것이다.


마침 옹주는 세 번째 후보를 만나러 간다. 그는 겉보기에 미남에 예의가 바르다. 옹주는 그를 흡족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자신의 노비들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다.


옹주는 세 번째 후보 집의 불쌍한 노비들을 도우려 쌀을 사서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그 잔인한 놈이 이 사실을 알고 그녀를 잡으러 쫒아온다. 자신이 잠시나마 흡족하게 생각했던 그 남자는 옹주 목에 칼을 겨눈다.


그녀는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그때 마침 , 서도윤이 칼을 들고 멋지게 나타난다. 그는 어깨에 상처를 입었지만 절벽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옹주를 구하기 위해서 바다로 뛰어든다. 결국 옹주를 살려낸다.


서도윤은 옹주가 마음에 들었기에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이 포인트에서 이승기의 매력에 확 빠져버린다.


결국 옹주는 궁으로 돌아가게 되고 조작된 사주팔자로 권력욕에 찬 윤시경과 혼례를 올리게 된다. 옹주의 혼례식 날, 서도윤은 왕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된다.


자신이 사주팔자를 조작해서 윤시경과 옹주를 최상의 궁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옹주와 윤시경은 상극의 궁합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벌을 달게 받겠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왕이 왜 자백을 하느냐고 물으니 옹주의 삶과 미래를 생각하여 그리하였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옹주(심은경)는 서도윤(이승기)의 진심을 알게 된다.


사주팔자를 조작한 사건으로 서도윤에게 죄를 물어 결국 추방당하게 된다. 그 소식을 알게 된 옹주는 아버지에게 그를 용서해 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자 옹주는 자신의 옹주 신분을 내려놓을 테니 그를 용서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때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그토록 가뭄이 심했는데 비가 내리는 것이다. 왕은 불현듯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옹주에게 찾아간다.


진정 네 신분의 혜택을 내려놓겠느냐고 물으니 옹주는 그리하겠다고 한다. 옹주는 결국 궁에서 쫓겨나게 되고 서도윤을 찾아 길을 떠난다.


결국 만난 두 사람, 화사한 꽃이 날리는 꽃밭에서 둘이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 자신의 사랑을 만들고자 시도했던 옹주(심은경). 그리고 그런 옹주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남자 서도윤(이승기). 둘의 사랑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네티즌 평점이 낮은 것을 보면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평범한 사람과는 조금 다른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약간 유치한 듯한 로맨스가 좋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은 아닐까? 첫 번째는 사주명리학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사주팔자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좋고 나쁨이 결정되어버린다.


나와는 좋은 인연이라고 해도 누군가에는 좋지 않은 인연일 수 있는 것이다.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의 입장에서는 옹주의 기운이 좋아지길 바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에 사람의 마음의 작용이 이렇게 흘러간다.


좋은 궁합을 찾아서 결혼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본인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본인 주변에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부모 갈등, 처가 갈등 같은 것들이 생긴다.


나와 남편의 궁합은 별로여도 남편과 자식 궁합은 좋을 수도 있고 나와 남편의 궁합은 좋아도 자식과 남편과 궁합은 별로 일 수 있다.


삶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에, 나도 좋고 남편도 자식도 좋고, 시댁도 친정도 좋은 그런 사주는 없다. 만약에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바로 예수이고 부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이 사랑을 느낀다면 그것이 좋은 궁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유연애로 자신에게 맞는 사람과 만나서 결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궁합을 보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이 많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 아껴준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궁합인 것이다. 실제로 사이좋은 커플을 보면 대체로 궁합이 좋다.


요새는 실제로 연애를 해보고 결혼하기 때문에 안 좋은 궁합으로 결혼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좋은 궁합으로 결혼을 하여도 30%가 이혼하는 게 현실이다.


궁합이 좋아도 운이 바뀌고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30% 정도는 헤어지는 인연으로 정리된다. 설사 이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낳으면 다시 상황과 운이 바뀌게 되면서, 연애했던 그런 느낌으로만 부부 사이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계속 변화되는 것이 상황이고 기운이기 때문에 궁합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어떤 시기에 나빠질 수도 있다. 그다지 좋은 궁합이 아니더라도 어느 시기에는 좋아질 수도 있다.


사주명리학에 음양의 이론에 의하면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계속 변화하기 때문인 것이다. 불교에서도 무상(無常)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고 고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사주명리학을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유치하게 다가올 수 있는 구석이 있지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니 눈이 호강할 수 있다.


송화 옹주 사주를 옮겨보면 신기하게도 남편과 같은 신미 일주이고 내 월주와 같은 을사 월주이다. 이 사주로만 보면 과연 옹주는 궁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을 찾아다녔을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미친 짓을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서도윤(이승기)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세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평소에 내가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미친 짓을 하라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런 기회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아닐까 싶다. 미친 짓을 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엉뚱한 짓을 했을 때 인연을 만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것은 연애의 정석이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평소와 다른 길, 다른 장소, 다른 사람, 다른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꼭 연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속 서도윤(이승기)을 만나기 위해서는 옹주처럼 궁을 나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틀을 깨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사주 명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에도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옹주 캐릭터는 호기심이 있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이미지로 나온다. 거기에 비해 서도윤 캐릭터는 예의 바르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많다. 그리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도 돋보인다.


서도윤 캐릭터는 너무 완벽한 거 아닌가 싶다. 보통 여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가 보통 만능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그런 모습이다.


그래서 영화 중에 서도윤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해주는 장치가 있다. 두 눈이 보이지 않는 동생이 나온다. 그 동생을 잘 보살피는 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찌 보면 성격적으로 괜찮은 남자이지만 집안의 조건은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닌 것이다. 반면 옹주는 왕의 딸이라는 좋은 조건을 가졌지만 그녀는 마음이 강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의 궁합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만남일 수 있겠다. 하지만 둘의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옹주는 신분을 버려야 했고 서도윤 또한 명예와 직업을 버려야만 한다. 보통 부부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사는 것이 아닐까?


결혼 후 과연 두 사람은 사랑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서도윤은 민중들의 사주팔자를 봐주는 유명한 역술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옹주는 그를 뒷바라지하면서 사주명리학을 배워 최초의 여성 명리학자가 되어, 명리학 책을 써서 궁에 그 책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궁합이라는 소재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는 부담 없이 보기에 좋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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