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Dec 29. 2020

닮고 싶은 부부 내 사랑 영화 리뷰

닮고 싶은 부부가 이 영화 속에 있다.

내 사랑 Maudie(2017)  

로맨스/멜로/드라마, 아일랜드/캐나다

2017.07.12 개봉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에이슬링 월시

주연: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네티즌 평점: 8.9

- 다음 영화 참조 -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현직 선생님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왜 추천했는지 이해가 되고 감사한 마음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지만 우리가 관심을 주는 이야기는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 고정관념을 깨버리면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선사해준다. 바로 이 영화는 우리가 잊어버렸던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림 그리는 절름발이 여인과 생선장수 남자의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랑 이야기이다.


급한 성격으로 영화를 볼 때 초반의 지루함을 못 견디는 편이다. 이 영화도 앞부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답답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인의 추천과 네티즌의 평점을 믿고 참고 영화를 계속 봤다.


아니, 이럴 수가! 영화가 중반을 넘어 갈수록 내가 계속 울고 있는 거 아닌가. 영화에는 알고 보면 슬픈 장면 같은 것도 없고 눈물을 흘릴 포인트도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 다들 울었을 것 같다.


왜 울었을까? 아마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안에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마술처럼 말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 시골 마을이다. 캐나다 시골 경치를 계절별로 영상으로 느낄 수 있다. 캐나다 시골 여행을 다녀오는 느낌이 든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모디(샐리 호킨스)가 나온다. 그녀는 어린 시절 관절염으로 절름발이가 되어 살아간다. 시골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모디의 엄마가 죽자 숙모의 집에 맡겨진다.


그녀는 숙모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지낸다. 그러다가 모디 오빠가 빚 때문에 고향집을 팔게 되면서 그녀가 돌아곳이 더 이상 없게 되었다는 걸 느낀다. 그녀는 독립을 결심하게 된다.


모디는 우연히 간 상점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접하게 된다. 그 광고 쪽지를 그녀는 주머니에 넣는다. 가정부를 구하는 사람은 동네 생선장수 에버렛(에단 호크)이다.


에버렛은 덩치가 크고 상남자 스타일이다. 그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이 외롭게 홀로 살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고집 같은 것이 있는 거친 남자였다.


그는 소 7마리를 판 돈으로 구입한 작은 집에 살고 있다. 그 집은 정말 작다. 부엌이 달려있는 거실 그리고 다락방이 전부이다.


참고로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작은 집 크기는 3.9m X 4.11m이다. 세상에나, 이런 작은 공간에서 실제로 두 분이 살았다고 한다.


에버렛은 먹고살려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장작을 쪼개서 팔기도 하고, 생선을 잡아서 팔고, 고아원에 가서 일도 한다. 너무 바쁜 나머지 그는 집안일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자기 집에서는 편하게 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드가 가정부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그녀는 키가 작고 힘이 없어 보이고 다리까지 전다. 그래서 그녀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모드는 에버렛의 작은 집에 가정부로 지내게 된다.


에버렛은 모드를 초반에는 굉장히 무시했다. 그녀가 일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일을 해보는 그녀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그런 모드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는다. '내가 너 뒤치다꺼리할 생각은 없어, 나가'라는 식이다. 심지어 모드를 한번 때리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도 모드가 에버렛의 성노예라면서 쑥덕거린다. 하지만 모드는 흔들림 없이 그냥 에버렛 가정부 일을 계속한다.


살림을 하고 집안을 정리하고 그녀가 취미로 그리는 그림으로 집안을 꾸민다. 그리고 에버렛에게 정성스럽게 식사 준비를 해주면서 같이 지내게 된다.


몇 달 정도 지나게 되니 예전보다는 둘 사이가 부드러워졌다. 둘이는 다락방에서 같이 잠을 잔다. 어느 날, 에버렛이 그녀에게 잠자리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모드는 결혼을 하자고 한다. 그러자 에버렛은 결혼을 하려면 돈이 들어간다고 거부한다. 둘이는 결국 부부처럼 지내지만 결혼식을 하지 않고 지낸다.


동네에 사는 산드라는 에버렛에게 생선을 주문했는데 아직 생선을 받지 못했다. 산드라는 에버렛 집에 방문해 모드에게 불만을 말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모드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되고 그림이 이쁘다고 이야기한다.


모드는 자기가 그린 엽서를 영수증으로 사용하자고 한다. 그리고 그 엽서를 산드라에게 판다. 산드라는 그림이 맘에 든다고 더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녀에게 6달러에 큰 그림을 그려주기로 거래한다.


그렇게 모드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집 앞에 그림 판매 간판을 걸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판다. 모드와 에버렛 둘 사이에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모드의 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림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삶을 맛보고 있는 두 사람이다. 모드는 가슴에 담아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예전에 아이를 낳았는데 장애아로 태어나서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부부처럼 지내는데 결혼을 하자고 부탁한다. 결국 두 사람은 성당에서 결혼식 미사를 올리고 법적인 부부가 된다.


영화 속 작은 집에는 모드가 그린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 작은 집 주변 자연 풍경 역시 아름답게 펼쳐진다. 봄꽃이 흐드러진 모습도 나오고, 노을이 지는 장면도 나오고, 갈대밭이 보였다가, 어느 날은 하얀 눈이 쌓이는 날도 나온다.


모드 그림을 산 고객 중 한 명이 그녀의 그림에 대한 평가를 지방 신문에 기고를 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모드는 유명세를 타게 되고, 모드의 그림은 더 많이 팔려 나가게 된다.


모드의 그림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작은 집을 방문했다. 나중에는 신문사에서 모드 부부를 인터뷰하게 된다. 모드 부부의 이야기와 그녀의 그림이 언론에 조명을 받는다.


모드가 그림을 더 그리도록 배려하기 위해 이제는 에버렛이 그녀를 뒷바라지해준다. 모드와 에버렛의 대사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 둘의 대화를 듣다 보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오게 되는 면이 많다.


모드를 가정부로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소중한 사람으로 에버렛 마음에 자리 잡게 된다. 자기 방식대로 고집불통 외로웠던 사람이 모드의 사랑으로 인해서 확연히 변해버린 것이다.


모드 역시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자신의 재능을 이끌어주고 지원해주는 남편 에버렛과 함께 살게 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둘이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의지하면서 잔잔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영화 중간중간 그녀가 그렸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화가의 작품 감상까지 하게 된다.


어느 날, 미국 닉슨 부대통령이 그녀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다. 모드의 그림은 닉슨 부대통령 거실 벽에도 걸리게 된다.


모드의 숙모는 죽음을 앞두고 모드를 만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며 숨겨온 이야기를 꺼낸다. 모드가 낳은 장애아는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장애가 없었다는 것이다.


모드의 오빠와 숙모가 모드가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부잣집에 아이를 팔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모드는 깊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모드가 흥분해서 에버렛에게 그 얘기를 하자, 그는 이제 그만 그 아이에 대해 말하라고 화를 낸다. 상처 받은 모드는 에버렛을 떠나 산드라 집에서 며칠 지내게 된다.


모드와 에버렛은 떨어져 있는 시간에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결국 화해를 하고 작은 집으로 돌아간다. 에버렛은 모드의 아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간다. 모드는 성인이 된 딸아이를 100미터 뒤에서 지켜본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든 모드, 그녀의 고질병인 류마티스 관절염은 더 심해진다. 나중에는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결국 에버렛은 그녀가 하늘나라에 먼저 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작은 집에 홀로 남은 에버렛이 대문을 닫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실제 둘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과 그녀의 작품들이 올라온다. 영화가 끝나도 그녀의 그림을 감상할 시간이 주어진다.


이 영화는 입체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게끔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글에 그 느낌을 담아내는 것은 힘들다. 마치 사주명리학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화가라는 직업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그림에 같이 녹아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드의 그림과 삶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작품을 평가할 때  단순히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작품을 그린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본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 큼직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사는 개인에게도 엄청난 메시지를 남겨준다. 작은 집에서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모드와 에버렛 각각은 부족한 모습이지만 둘이 만들어낸 세상은 완벽하다. 어쩌면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리뷰를 적으면서도 여전히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맺힌다. 코가 막히는 증상이 일어난다. 그만큼 영화의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부부의 인연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인연,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인연. 모드와 에버렛은 서로 다른 성격의 인연이 만난 것 같다.


모드는 연약하지만 에버렛은 강인한 체력을 가졌다. 모드는 감수성이 있어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있고 에버렛은 일상에서 묵묵히 소처럼 일하는 재능이 있다.


둘의 공통점은 서로 만나기 이전에 외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서로의 단점을 안아주고 둘은 사랑으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영화 속 모드와 에버렛처럼 살고 싶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많은 부부에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그 길을 보여준다.


실제 주인공 두 명의 사주 명식이 궁금하다. 아마도 둘의 가지고 있는 오행이 서로 보완되는 모습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예를 들면 모드는 화기운이 강한데 금기운이 없다. 하지만 에버렛은 금기운이 많지만 화기운이 부족한 식이다.


나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니, 제일 만만한 성인군자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었다.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모드는 남편을 존중하고, 남편 또한 아내 모드를 존중했다.


모드와 에버렛은 초년의 운은 겨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둘이 만나면서 봄으로 운이 넘어갔을 것 같다. 둘이 서로 아끼고 사랑을 했기에 다가온 봄의 기운을 잘 사용한 것이다.


그림을 판 돈으로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는데, 둘이는 소박하게 계속 그 작은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재능으로 돈을 벌었지만 그 돈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아간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때 모드와 에버렛은 손가락질받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둘은 그런 타인의 편견을 존경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변화된 삶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증명해냈다.


내가 재능을 살려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남편과 화목하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영화이다.


나에게 주어진 사주팔자 8글자를 가지고 불만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다. 인간관계 특히 부부 사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다.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해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 변화가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알려주는 영화이다. 이제 모드와 에버렛 부부가 만든 그 변화의 길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잔칫날 영화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