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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Dec 27. 2020

잔칫날 영화 리뷰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잔칫날(2020)

드라마, 한국 2020.12.02 개봉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김록경

주연: 하준, 소주연

네티즌 평점: 8.2

-다음 영화 참조-


영화 제목이 잔칫날이니 무슨 축하할 일이 있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음,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역설적인 그런 상황에 대해서 뭔가 말하고 싶어 한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버지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팔순 잔치 MC를 보면서 생기는 난처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죽고 장례를 치르는 3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영화감독의 아버지가 8년 전에 돌아가셨고, 영화 속 장례식장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계시던 홀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아들 경만(하준)과 딸 경미(소주연)는 갑자기 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


경제적 형편이 빠듯한 경만과 경미는 아버지를 보내는 장례식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돼지머리고기도 주문을 하지 못한다.


장례식 첫날 죽은 아버지의 형 아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아버지가 빌려간 돈을 갚아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상주인 30살 경만은 직업이 무명 MC이다. 그는 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분장을 하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춘다. 그의 회사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갑자기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어 시골 팔순 잔치의 사회를 대신 봐달라는 것이다. 사례로 2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장례비용 걱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경만은 행사를 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동생 경미에게는 오빠는 집과 병원에 들러서 짐을 챙겨서 금방 온다며 장례식장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시골로 떠난다.


시골 마을에서 어머니의 팔순 잔치를 의뢰한 아들 일식(정인기)이 경만에게 부탁을 한다. 자신의 어머니는 흥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아버지를 일 년 전에 잃은 후 웃음이 사라졌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웃음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입으신 모자와 두루마리를 걸치면 어머니가 더 좋아하실 것 같다고 특별히 요청을 한다.


잔치에 모인 마을 사람들과 팔순 어머니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재롱을 피우는 경만이다. 재밌는 말을 하면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운다. 


경만이는 팔순 어머니의 웃음을 되찾기 위해 같이 춤을 추게 된다. 마을 사람들과 다 함께 덩실덩실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팔순 어머니가 쓰러진다. 


응급차에 실려서 병원으로 가게 되고 잔치는 멈춰버린다. 그런데 병원에 실려간 팔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온다.


난처한 상황에 빠져버린 경만은 사회비를 받고 아버지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계약한 금액의 수고비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팔순 어머니가 돌아가신 원인을 경만이가 무리하게 춤을 추게 했기 때문이라 주장을 펼친다. 급기야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동안 상주도 없이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는 경미는 상주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난처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여동생들이 찾아와서 상주를 찾는데 없다고 욕을 한다.


금방 온다고 하는 오빠는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는다. 입관식을 어떤 비용으로 할지 결정을 하지 않았기에 상주를 계속 찾는 장례식 관계자. 오빠가 없어서 아무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고 답답하다.


경미는 오빠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해낸다. 사람들이 다들 상주만 찾는데 어쩌라는 거냐? 왜 안 오냐고 운다. 그런 목소리를 듣는 경만이도 난처하다.


장례식장에 올라가야 할 처지인데 돈도 받지 못하고 자신은 경찰에서 조서를 받고 있다. 정말 답답하고 억울한 상황이다.


속으로 왜 사람들에게 설명을 못할까 내가 더 답답했다. 동생에게는 오빠가 돈을 벌러 왔다고 이야기를 하면 되고, 경찰서에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기는 지금 아버지 장례식장에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말이다. 나 혼자 속이 터진다.


그런데 이게 어찌 보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다. 말을 해야 할 상황인데 경만이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할까 봐 말을 하지 않는다. 끝까지 말을 아낀다.


그러다가 운 좋게 팔순 어머니가 홀로 쓰러졌다는 증거 동영상을 찾게 된다. 결국 경만이는 동네 사람들과 오해가 풀리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며 미안해한다.


그때 경만이는 참았던 울음을 토해낸다. 자기는 아버지 장례식에 가야 한다고.


경만이는 팔순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찾아간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경만에게 웃으면서 '여보'라고 부르셨다고 이야기를 전해준다. 팔순 어머니의 아들 일식이는 어머니에게 웃음을 찾아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사회를 본 수고비를 준다. 감사한 마음에 보너스도 챙겨준다. 그리고 경만이를 오해했던 동네 사람들이 부조금을 모아서 보태준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경만이는 아버지가 입관하는 장면을 여동생과 지켜본다. 경만이와 경미는 평소 아버지가 좋아했던 바다에 유골을 뿌리러 배를 타고 나간다.


바다낚시를 같이 다녔던 경만과 경미는 아버지와의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주인공 경만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당연히 슬퍼하고 상주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현실의 돈 때문에 허락되지 않는다. 그는 장례비용을 벌기 위해서 누군가를 웃겨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울어야 하는데 울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생겨난다. 맘 놓고 울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더 슬픈 것이다. 울고 싶다고 울 수 있다면 그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내 성격은 억울하다고 남편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남편을 보니 정말 억울한 일이 많은데 말하지도 않는다. 


남편은 울고 싶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마치 경만이 처지가 남편이랑 비슷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남편은 고등학교 시절에 형과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다.


슬프다고 울분을 토할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저 슬픔을 묻어둔 채 얼굴에 미소를 지니고 살아야만 했다. 남편이 주인공처럼 그렇게 속이 답답하고 슬픈 감정은 아니었을까? 남편의 그 시절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눈물이 난다.


엄마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고 불평만 늘어놓은 나 자신이 부끄럽다. 부모님이 만약에 돌아가신다면 나는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하나 생각하니 간접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주인공의 성격은 나에게는 알려주는 바가 크다. 경만이는 동생을 생각해서 자신이 팔순 잔치에 간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동생이 자기를 오해해도 그것을 받아들인다. 


경만이는 회사 사장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일을 부탁한 사장에게 상을 치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장 처지를 이해하기에 팔순 잔치 사회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입을 다문다.


경만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할머니를 죽이게 만든 범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최대한 있었던 사실 그대로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만약에 나 같은 성격이라면 어떠했을까? 이미 모든 것을 다 말했을 거 같다. 그것도 화를 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경만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다. 자신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어려워할 것을 알기에 그는 굳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해를 받아도 그것을 인내한다.


나중에는 경만이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부 풀린다. 그래서 경만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회사 사장은 경만에게 미안해하면서 아버지 장례식장을 찾아온다. 경만이를 오해한 마을 사람들도 나중에는 위로를 하고 부조금을 보탠다. 여동생 경미는 오빠의 말 못 한 사정을 알게 되니 오빠가 더 소중하고 고맙다.


경만이는 자기 입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경만이에 대한 오해는 풀리고 경만이의 속 깊은 배려심에 사람들은 그에게 고마워하게 된다. 그리고 무사히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게 된다.


남을 배려해서 내가 억울하다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는 감동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내 속 편하자고 하소연을 한다면 나도 속 시원해지지 못하고 남들도 마음이 불편하다.


사주명리학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식상의 기운이다. 그리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성의 기운이다. 식상의 기운보다는 인성의 기운이 감동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표현하는 것보다는 타인을 배려해서 나의 표현을 줄이는 것이 인성의 기운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면 표현하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식상의 기운이 강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면 나의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하소연을 이제 줄여야 한다. 누구도 억울하고 속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내 하소연을 듣고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처한 상황에서도 인성의 기운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경만이와 경미는 훈훈하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한 번쯤 부모님의 장례식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그 고민을 해결할 힌트를 안겨준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찾아오는 일이니 말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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